[바둑]삼성화제배 예선 결승, 다 이긴 바둑에 돌 던졌다?

  • 입력 2001년 8월 12일 18시 59분


◇삼성화재배 예선 결승서 나카무라 수상전 착각

‘다 이긴 바둑을 던졌다?’

도저히 믿기지 않는 일이지만 최근 프로기사 바둑에서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30일 열린 제6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선수권대회 예선 결승. 올 하반기부터 연승 가도를 달리고 있는 한국의 신예 송태곤 2단(흑)과 일본의 나카무라 신야(仲邑信也) 8단이 맞붙었다. 나카무라 8단은 지난해 30승 11패로 다승 10위에 올랐으며 일본 신인왕전 준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일찌감치 초읽기에 몰린 나카무라 8단이 불리하다고 보고 최후의 승부수를 던졌다. 중앙 흑과 상변 백이 수상전에 돌입했다. 중앙 흑은 ‘가’로 먹여 치고 조이는 수가 있어 5수. 문제는 상변 백이 몇 수냐는 것.

나카무라 8단은 송 2단이 흑 ○를 두자 수상전에서 백의 수가 모자르다고 보고 돌을 던졌다.

송 2단은 “돌을 던진 나카무라 8단과 마찬가지로 나도 백이 당연히 죽었다고 생각했다. 국후 복기할 때 마지막 장면은 검토하지도 않았다.”

두 기사 모두 착각하고 있었던 것. 물론 흑 ○의 시점에서 평범하게 수를 죄어 나가면 백이 안된다.

그로부터 며칠 뒤. 서울 한국기원에 들른 송 2단은 노준환 4단으로부터 깜짝 놀랄 만한 얘기를 들었다.

“삼성화재배 바둑은 네가 진거야.”

“무슨 소리예요.”

“자, 한번 볼래.”

백 1이 생각하기 힘든 수. 상변 백과 중앙 흑이 수상전이 걸려있는 상황에서 한가로운 수처럼 보이지만 백이 1선으로 연결하는 수단과 흑의 수를 줄이는 수단을 맛보는 일석이조의 수였다.

최선의 대응은 흑 2 밖에 없는데 백 3으로 두면 이후 외길 수순으로 패가 난다. 하지만 백은 ‘가’의 곳에 팻감이 있는데 비해 흑은 팻감이 없어 백승이라는 것.

송 2단은 “쉽지 않지만 충분히 볼 수 있는 수인데 초읽기에 몰려 깜빡했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나저나 나카무라 8단은 이 같은 사실을 알고나 있는 것일까.

<서정보기자>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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