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IT전문 시장조사기관 엇갈린 '반도체 전망'

  • 입력 2001년 8월 12일 18시 46분


요즘 반도체 주식을 갖고 있는 투자자들은 여간 혼란스럽지가 않다. 반도체 경기를 두고 애널리스트들간의 의견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유능한 애널리스트들도 비슷한 근거자료를 놓고 ‘경기 바닥론’과 ‘바닥 시기상조론’의 상반된 주장을 편다.

여기에다 최근에는 이름난 시장조사기관들까지 가세해 반도체 경기를 둘러싼 논쟁은 식을줄 모른채 더욱 불붙고 있다. 특히 정보기술(IT)기술의 동향과 시장 상황에 대한 정밀한 조사로 명성을 쌓은 가트너와 IDC가 비슷한 시기에 정반대의 전망을 내놓아 투자자들은 더욱 혼란스러워지고 있다.

우선 80개국 1만여 개 업체에 IT산업 관련 시장조사 보고서를 제공하고 있는 가트너는 최근 투자보고서에서 “전세계 반도체 매출 규모는 작년보다 26% 감소하겠지만 3·4분기에는 바닥을 통과하고 내년에는 빠른 회복세(quick rebound)를 보이면서 두 자리 성장세를 나타낼 것”이라는 낙관론을 폈다. 내년 반도체 매출 규모는 올해보다 12% 증가한 188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며 최악의 경우라도 내년 성장률이 6∼9% 정도는 된다는 것.

하지만 IDC측은 전혀 다른 전망을 하고 있다.

IDC는 인터내셔널 데이터 그룹(IDG)의 자회사로 역시 IT 업종의 시장 동향을 조사하는 세계적인 업체. IDC는 최근 보고에서 “올해 PC에 쓰이는 반도체의 매출은 380억 달러로 지난해 503억 달러에 비해 대폭 줄어들 것이며 2005년 이후에나 PC 시장의 회복될 수 있기 때문에 반도체 업체의 어려움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 연말까지 전세계 마이크프로세서 업체들의 판매액은 222억 달러로 지난해 271억 달러보다 줄 것이고 D램 업체 매출도 지난해 124억 달러보다 46.8%나 줄어든 66억 달러에 그친다는 것. 특히 마이크로프로세서 업체와 D램 업체의 고전은 앞으로 수년 동안 계속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을 내놓았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반도체 경기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지표들이 같은 방향의 결과를 예상하기 힘들게 움직이고 있어 애널리스트와 시장조사기관의 이같은 논쟁은 당분간 계속될 수 밖에 없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단기투자에 치중하는 것이 오히려 유리하다”고 말했다.

<박정훈기자>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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