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일부 과학자들 인간복제 강행 선언 논란

  • 입력 2001년 8월 7일 17시 22분


인간복제 실험을 주도하고 있는 일부 과학자들이 세계 각국의 규제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내년까지 복제인간을 탄생시키겠다고 선언해 파문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혔으며 이탈리아 의사협회는 "인간복제를 강행할 경우 의사면허를 취소하겠다" 고 경고하고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

21세기 벽두부터 논란을 불러일으켜온 인간복제 문제가 윤리가 우선이냐 질병 치료 등 연구 목적이 우선이냐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하면서 계속해서 세계적인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인간복제 강행 선언= 인공수정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이탈리아 세베리노 안티노리 박사와 미국 켄터키대 생식의학과 파노스 자보스 전 교수는 7일 미 워싱턴에서 열린 국립과학아카데미 복제 관련 회의에서 "세계 최초의 복제인간 탄생을 앞당기기 위해 복제된 배아를 이용해 여성 200명에게 임신시키는 시술을 11월 강행하겠다"고 밝혔다.

안티노리 박사는 "치료를 목적으로 한 복제가 중단되어서는 안된다"며 "임신을 원하는 미국과 영국, 프랑스, 일본 출신의 부부 200쌍이 그 대상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안티노리 박사는 6일 미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인간복제가 옳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시술을 통해 질병 치료와 불임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티노리 박사와 자보스 전 교수는 영국에서 복제양 '돌리' 를 탄생시킨 것과 같은 방법으로 인간 복제를 행할 계획이다. 즉 여성의 난자에서 핵을 제거한 뒤 남성의 세포에서 채취한 핵을 대신 주입해 만들어진 배아를 여성의 자궁에 착상시킨다는 것.

초기 복제비용은 약 5만달러(약 6500만원)가 들지만 머지 않아 1∼2만달러면 인간복제가 가능할 것으로 이들은 내다보고 있다.

▽각국 반응= 이들의 선언이 있은 직후 부시 대통령은 "인간을 복제하려는 어떤 시도에도 반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미국 하원은 지난주 인간복제를 불법으로 규정해 인간복제를 강행할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에다 100만달러(약 13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인간복제 금지법안을 통과시켰다.

복제양 돌리 연구를 주도했던 영국 로슬린 연구소의 로레인 영 박사와 미국 과학자들은 "복제인간을 탄생시키기 위해서는 1000번의 임신이 필요할 정도로 기술적 어려움이 있다"며 "유전적 결함이 있거나 기형의 아이가 태어날 위험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가톨릭을 중심으로 한 종교계와 시민단체들도 "인간복제가 자연법칙에 어긋날뿐 아니라 인간의 존엄성을 해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백경학기자>stern100@donga.com

▼안티노리와 재보스 누구인가▼

이탈리아의 인공수정 전문가인 세베리노 안티노리 박사와 파노스 자보스 전교수(켄터키대 생식의학과)는 현재 인간복제와 불임치료 분야의 최고 권위자로 통한다. 안티노리 박사는 1994년 폐경 상태인 62세의 이탈리아 여성에게 인공수정을 통해 아기를 출산시켜 의학을 첨단과학과 접목시켰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는 그후 자보스 전교수와 공동연구를 통해 96년 59세 된 미혼의 영국 여성이 쌍둥이 딸을 낳게 도와 국제적인 윤리논쟁을 불러일으켰다. 미국 남성병리학연구소 소장을 지낸 자보스 전교수는 시험관 인공수정 분야에 몰두했다.

두 사람은 3월 로마에서 열린 국제 의학학술대회에서 1∼2년 안에 복제인간을 완성시킬 것이라고 선언해 파문이 일자 인간복제를 규제하지 않고 있는 영국이나 공해상에서 시술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평소 자신의 연구가 마이클 조던 같은 위대한 인간을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불임부부에게 희망을 주기 위한 것이라는 소신을 펴왔다. 이들은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인간생명을 이용하고 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백경학기자>stern10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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