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거품장세 재연인가…올들어 세번째 상승국면

  • 입력 2001년 8월 6일 18시 24분


최근 들어 주요 기업의 실적도 좋아진 것이 없고 경기도 여전히 나쁜데 주가가 오르는 ‘이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올 1월과 4월에 이어 3번째이다. 반도체 경기나 미국 경제가 하반기 혹은 내년 초쯤 회복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주가가 오르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미 올해 2차례의 경험에서 드러났듯 ‘기대’만으로는 증시의 대세 상승을 이끌기 어렵다며 이번 상승의 한계를 지적하고 있다.

▽과거와의 비교〓올해 연출된 세 번의 상승 국면은 닮은 점이 많다. 먼저 한 번의 상승 및 하락의 주기가 100일이다. 연초 시작됐던 1월 랠리 및 하락은 100일 뒤인 4월10일 지수가 연중 최저치(491.21)를 기록하며 마감됐다. 이날 시작된 2차 상승 및 하락은 또 100여일 뒤인 지난달 23일(지수 524.21) 끝났고 이날부터 3차 상승이 시작됐다.

기대감에 주가가 올랐다가 실적 때문에 주가가 내린 점도 비슷하다. 미국의 경기 연착륙에 대한 기대감이 상승을 주도했던 1월, 미국의 기습 금리인하와 반도체 바닥론으로 주가가 올랐던 4월 모두 “결국 경제가 좋아지지 않았다”는 실망감에 하락 국면으로 전환됐다.

살로먼 스미스바니가 반도체 가격 바닥론을 주장하며 4월 상승이 시작된 것과 지난주 메릴린치가 반도체 가격 바닥을 주장하며 주가가 오르기 시작한 것도 ‘기대감으로 이뤄진 증시’의 비슷한 모습이다.

▽3차 상승장의 한계와 전망〓투자자의 관심은 ‘이번에는 본격적인 상승세가 이뤄질까’로 모아진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번 상승 국면의 강도나 상승폭이 1, 2차 상승기에도 못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눈에 보이는 실적이 너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가 무역통계를 집계한 이래 최고 감소율을 보였다는 수출(전년 동기대비 20% 감소)과 6개월 만에 100 이하로 떨어진 기업경기실사지수(BSI) 등 경기 전망은 여전히 어둡다.

반도체 경기 회복에 대한 확신도 완전치 않다. 지난주 모건스탠리사가 “반도체 경기의 바닥이 완전히 확인된 것도 아닌데 주가가 이 정도 오른 것은 다소 위험한 신호”라는 경계론을 내 놓은 것도 주목해야 한다.

게다가 이미 2차례의 실패로 투자자의 자신감이 많이 떨어진 상태다. 매물대가 집중돼 있는 지수 580과 강력한 심리적 저항선인 지수 600을 뚫기가 만만치 않아 보인다.

대우증권 이진혁 애널리스트는 “약세장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상승장으로 보기에도 현실이 여의치 않다”며 “상승장에서 주로 추천되는 지수관련 대형주나 업종대표주보다는 실적이 좋은 중형주 중심으로 투자하는 게 바람직한 전략”이라고 조언했다.

<이완배기자>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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