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기쉬운 부동산]오르는 아파트 분양가 "함정있다"

  • 입력 2001년 8월 6일 18시 19분


요즘 아파트 분양가격을 살펴보면 입이 쩍 벌어진다. 서울 강남권의 웬만한 아파트는 평당 분양가격이 1000만원을 넘어선 지 오래다. 평당 2500만원을 넘는 주상복합아파트가 있는가 하면 일반 아파트도 평당 1500만원을 넘어서고 있다.

서울 동시분양아파트의 평균 평당 분양가는 97년 508만원에서 올 상반기 740만원으로 올랐다. 4년 새 무려 48%가 오른 셈이다. 왜 이렇게 올랐을까?.

분양가격이 급등하기 시작한 것은 98년 분양가격이 자율화되면서부터. 정부는 97년까지 분양가를 제한했다. 가격이 제한돼 있는 상황에서 업체들은 더 많은 건축비를 들일 이유가 없었다.

98년 이후 업체들은 더 좋은 아파트를 지어 더 비싸게 받을 수 있게 됐다. 업체들은 “품질이 좋아졌으므로 분양가격이 높아진 것은 당연하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런 설명만으로 천정부지로 치솟은 분양가를 설명하기에는 석연치 않다.

다른 이유를 살펴보자. 우선 비싼 마감재와 고급 시설에 ‘함정’이 있다. A건설은 99년 용인에서 평당 640만원에 아파트를 분양했다. 이는 같은 지역에서 이 회사가 1년 새 평당 분양가를 100만원이나 올린 결과다. 업체 관계자 “마감재 고급화에 따른 인상 요인은 평당 20만원에도 미치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1000만원을 더 투자하고 분양가는 5000만원이나 올리는 식이다. 사정을 모르는 소비자들은 모델하우스의 화려한 시설에 현혹돼 비싼 분양가를 치르게 된다.

사업 지연에 따른 각종 비용을 수요자에게 전가하는 사례도 있다. B건설은 서울 강남에 땅을 구해놓고 이런 저런 이유로 몇 년씩 분양을 미뤘다. 그 기간 동안 엄청난 금융비용을 치를 수밖에 없었다. 상식적인 분양가를 받아서는 손해였다. 이 회사는 ‘브랜드의 힘’에다 온갖 이벤트, 외제로 도배한 시설 등을 무기로 98년 당시 최고 분양가에 분양을 마쳤다.

일부 업체는 지방 미분양에 따른 손해를 수도권 수요자에게 전가하기도 한다. 또 팔릴 것 같으면 분양 하루 전에 분양가를 수천만원씩 높이기도 한다.

한 건설업체 임원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 사람이 있으면 얼마를 받든 그게 무슨 상관이냐”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고객의 눈을 현혹시키고 거짓말을 해서 지나치게 높은 값에 물건을 판다면 곤란하다.

수요자는 화려한 시설에 현혹되지 말고 주변 시세 등을 감안해 냉정하게 분양가를 따져봐야한다.

<이은우기자>l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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