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경영]'제2의 금융위기'…개도국 위기는 부채·거품 붕괴탓

  • 입력 2001년 8월 3일 18시 13분


▼'제2의 금융위기' 알렉산더 램펄시 지음/김방희 옮김/231쪽 1만2000원/성우▼

최근 신흥시장에 발생한 일련의 금융위기는 금융의 범세계적 통합화 현상을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가에 대한 다양한 논의를 유발했다. 금융의 세계화는 국경을 초월한 자본이동을 촉진시켜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증진시키며 이를 통해 개도국의 성장에 기여하는 것으로 이해되어 왔다.

그러나 금융 세계화가 경제 성장에 실질적으로 기여해 왔다는 실증적 근거가 미약하며 금융시장의 내재적 취약성에 따른 자기실현적 패닉현상이 빈번하게 발생함에 따라, 소규모 개도국에 있어서는 금융시장의 전면개방에 의한 긍정적 효과보다는 이에 수반되는 위험요인이 더욱 클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국제결제은행의 사무총장과 유럽통화기구의 의장을 역임한 바 있는 알렉산더 램펄시 교수는 이 저서를 통해 작금의 국제금융시스템이 직면하고 있는 본질적 문제에 대한 심도있는 분석을 시도한다.

그간 금융위기에 대한 많은 논의들이 이론적 엄밀성에 치우쳐 금융위기라는 포괄적 경제현상의 한 단면에 국한된 분석에 그치고 있거나, 반대로 접근은 포괄적이지만 검증되지 못한 추론의 수준에 머무는 등 아쉬움이 존재하였던 것이 사실이다. 반면 저자는 정교한 이론에 기초하지 않고서도 금융세계화의 본질과 흐름을 꿰뚫는 경험적 시각에 기초하여 신흥개도국의 금융위기를 설명하는 일관된 프레임웍을 제시하고 있다.

중남미, 멕시코, 아시아 그리고 러시아의 금융위기를 이러한 포괄적이고 일관된 분석 틀 하에 재조명함으로써, 이들 위기가 과도한 단기부채의 누적과 자산가격 버블의 붕괴라는 공통된 현상으로 특징지워지고 있으며 그 이면에는 국제금융시장의 비합리성과 투자자의 왜곡된 인센티브가 작용하여 왔음을 지적하고 있다. 또한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을 효과적으로 제어할 국제적 공조장치가 결여되어 있다는 점도 솔직히 인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금융의 세계화가 궁극적으로 중단되어야 할 부정적인 현상으로 결론짓지는 않는다. 이는 금융의 세계화가 경제의 효율성과 안정성 추구라는 과제를 동시에 달성해야 하는 많은 개도국들이 결국은 거쳐야 할 가치중립적인 과정임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의 탁월한 전문성과 경험에 근거한 통찰력있는 분석과 정책대안은 비록 정교한 논리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지는 않지만 그래서 오히려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국제금융기관이나 자본시장의 논리에만 치우치지 않는 그의 균형감각 또한 매우 신선하게 느껴진다.

다만 금융위기의 사전적 원인분석에 치중하고 파급 메커니즘에 대한 분석이 결여되어 있다는 점, 위기방지 방안의 논의에 있어 최종대부자 기능의 도입, 사후적 부실분담 체제의 확립 등 보다 구체적인 대안에 대한 논의가 미흡하다는 점 등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함준호(연세대 교수·국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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