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지칼럼]재주는 선수가 넘고

  • 입력 2001년 8월 3일 13시 30분


안정환의 페루자행이 눈앞에 다가왔다.

그간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테리우스' 안정환의 행보는 이렇게 결말을 향해 치닫고 있다.

페루자와 부산 그리고 안정환이 최종적으로 합의를 도출한 안은 6개월 임대 이후 완적 이적.

아직도 차후 이적료 등 문제점들이 있기는 하지만 선수생명을 보호한다는 대승적인 판단하에 지루한 줄다리기가 끝을 보이고 있다.

힘겹게 결승점에 다다른 안정환의 향후 거취 문제.

승자는 페루자로 결론이 나고 있다.

6개월 뒤 안의 이적료는 많아도 120만달러 수준.

그간 안정환의 공백을 메울 선수들을 확보했기 때문에 무리한 이적료를 지급할 의사가 별로 없어 보인다.

하지만 자신들의 뜻대로 안정환을 싼 값에 고용(?)할 수 있게 됐다.

그 다음으로 이득을 본 쪽은 '부산'.

이적료 200만달러를 받아내진 못했지만 선수를 죽인다는 여론의 화살은 대강 피해갔고 6개월 이후 다른 구단으로 이적 시 더 많은 이적료를 챙길 수 있는 뒷길을 만들어 논 상태.

특히 '위약금 100만달러'라는 조약은 나름대로의 안전장치.

안정환이라를 걸출한 스타가 국내로 복귀할 때 다른 팀에 빼앗기지 않으려는 방어책을 만들었다.

안정환이 페루자에서 6개월간 상당한 활약을 펼쳤을 경우 200만달러 이상의 이적료를 챙길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부산으로 복귀, 다시 한번 팬몰이를 할 수 있게 된 셈.

마지막으로 안정환은 손해만 봤다.

지루한 협상으로 제대로 훈련을 하지 못한 것은 둘째치고 끝까지 주장하던 '임대 거부'의사를 접고야 말았다.

이탈리아에서 임대선수가 푸대접을 받는다지만 다시 한번 자신의 노력으로 극복해 볼 심산이다.

또 하나는 부산으로 복귀할 바에는 은퇴를 하겠다고 극도의 감정을 표출한 안정환이 눈앞에 떨어진 유럽잔류라는 큰 문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위약금 제도를 받아들이고 있다.

부산과 페루자 구단의 잔머리에 선수만 피해를 보고 있는 상황.

뛰어난 스타 한명을 사이에 두고 두 구단이 벌이는 상술이 보는 팬들이 짜증을 더해주고 있다.

이적이면 이적이지, 6개월 임대 후 이적은 무엇이며 위약금은 또 무엇인가?

만일 6개월 뒤 페루자가 이적을 원치 않으면 부산은 안정환에게 지금의 약속(6개월 뒤 이적)에 대한 위약금을 지불할 것인가?

힘없고 돈없는 약자들이 살아가기 힘든 상황은 스포츠에서도 마찬가지인가보다.

http://www.entersport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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