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민주당보, 정쟁 불 지피나

  • 입력 2001년 7월 31일 20시 22분


정쟁(政爭)이 나쁜 것은 국민도, 여야 정치인들도 잘 안다. 정당정치가 비록 주의 주장 속에 자라고 민주주의가 얼마간의 갈등과 대립, 입씨름 속에 발전한다고는 하지만 그것이 지나쳐서 정쟁으로 흘러서는 안 된다는 것쯤은 누구나 아는 ‘기본’인 것이다. 생산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소모적이고 감정적인 정쟁은 국민이나 국가의 시각에서 보면 백해무익한 것이다.

그럼에도 한국 정치의 정쟁적 성격은 너무 두드러진다. 여야 정당의 총재단이나 확대간부 회의에서 나오는 말도 보도되는 것을 보면 십중팔구는 상대 정당에 대한 비방 비난이다. 정책이나 법안에 대한 진지한 토론이라는 것은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거기에 여야는 세계적으로 드문 ‘대변인단’이라는 험구 정예부대로 중무장한 채 상대의 일격에 대비한다. 한 발만 날아오면 가차없이 보복 공격으로 정쟁의 불꽃이 튀는 것이다.

개탄스러운 정쟁에 대해 국민의 실망과 질책이 잇따랐다. 그래서 여야 정치인들도 험담이나 정쟁이 누워서 침 뱉기 같은 자학(自虐) 행위임을 깨닫고 정쟁 중단을 몇 차례나 공언하곤 했다. 며칠 못 가서 포성이 울리고 정쟁이 도져 물거품이 되긴 했지만 정쟁 중단 선언은 여러 번 되풀이되었던 것이다.

최근 한나라당 원내총무의 ‘대통령 탄핵’발언 이후 이회창 총재가 정쟁 중단을 지시하고 여당도 호응해 일시 소강국면을 맞이한 듯했다. 그런데 돌연 민주당의 당보 ‘평화와 도약’ 때문에 입씨름이 재연(再燃)되었다. 당보의 8.15광복절 특집에서 이회창 총재의 부친 이홍규옹의 전력 문제를 다시 제기하고, 동아 조선일보의 일제 말기 보도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닌 것까지 들어 비방하고 있다.

국민이 정쟁에 진저리치는 이때 집권당이 당보를 통해 야당 총재 아버지의 과거 경력을 트집잡고, 그것도 검증 확인된 내용도 없이 ‘일제 때 검찰 입회서기였으므로 독립투사를 탄압했을 것은 뻔한 일’이라는 식으로 정쟁에 불을 지펴서야 될 일인가. 양대 언론에 대한 친일 시비와 공격도 당시 상황을 흑과 백으로 가르는 발상일 뿐만 아니라, 그 중에는 사실관계조차도 맞지 않는 왜곡이 있다.

과거 행적에 대한 트집으로 말하자면 40년 넘게 정치에 종사한 민주당의 총재인 김대중 대통령과 여당 주요 간부들, 그분들의 말과 행동의 궤적이 더 논란거리일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민주당이 한나라당의 공격에는 ‘색깔 공세’다, 인신공격이다 하고 질색하면서, 야당총재의 아버지까지 연좌해서 캐묻고 퍼붓는 것은 이율배반이다. 과거가 아니라, 오늘과 미래를 말하고 고민하는 여당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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