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월드]美국방부 공금카드 "먼저 쓰는게 임자"

  • 입력 2001년 7월 29일 18시 40분


미국 국방부 직원들이 국방부로부터 지급받은 공용 목적의 신용카드를 이용해 지난해 무려 90억달러어치의 쇼핑을 했으며 이 중엔 부정하게 사용한 사례도 상당수 된다고 AP통신 등 미 언론이 28일 보도했다.

AP통신이 입수한 미 의회 회계감사원(GAO) 자료에 따르면 국방부가 직원들에게 발부한 신용카드는 모두 180만장으로 직원들은 지난해 이를 이용해 1000만건의 쇼핑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부 직원은 사용한도가 2만∼10만달러인 이 카드로 보석 의류 DVD플레이어 컴퓨터 에어컨 등을 구입하고 유명 나이트클럽에서 파티를 즐기는 등 사적인 용도로 마구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국방부는 이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같은 자료를 수집한 찰스 그래슬리 상원의원은 “과거엔 부정하게 공금을 사용하려면 허위 청구서가 필요했으나 신용카드는 아무런 제약 없이 쓸 수 있다”며 “국방부는 직원들에게 연방 금고의 열쇠를 준 것과 마찬가지”라고 개탄했다.

한 신용카드 회사는 국방부의 카드 이용자들이 돈을 갚지 않는 바람에 5900만달러에 대한 회수를 포기하고 이를 손실처리하기도 했다.

미 국방부는 공적인 구매와 출장 등에 소요되는 경비를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1990년대부터 다른 연방 부처와 함께 직원들에게 신용카드를 발급해 왔다.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신용카드가 잘못 쓰인 것은 문제가 있지만 카드 사용으로 인해 물자구매 등에 관한 형식적 사무절차가 간소화된 측면도 있다”며 “30일 의회 청문회에서 공식적인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