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아듀, 해태 타이거즈"…광주서 고별식

  • 입력 2001년 7월 29일 18시 40분


‘아듀, 해태 타이거즈.’

한국프로야구의 명문 해태 타이거즈가 29일 삼성과의 경기를 끝으로 홈구장 광주에서 간판을 내렸다. 해태라는 이름으로 치르는 경기는 31일 인천 SK전이 또 있지만 홈팬들에게 고하는 작별인사는 29일 삼성전이 마지막.

해태는 이날 조촐한 고별식을 가졌다. 경기를 치르기 전엔 선수들 사인회와 함께 입장관객 전원에게 해태 로고가 박힌 사인볼, 방망이, 모자 등 그동안 만들어놨던 기획상품을 모두 나눠주며 마지막 팬서비스를 했다. 경기 뒤엔 송별사 낭독과 함께 팬들에게 고별인사를 하고 ‘석별의 정’을 합창했다.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퇴장할 때 흐른 음악은 ‘희망의 나라로’였다.

해태의 마지막 홈고별전 상대가 삼성이라는 것은 아이러니컬한 일이다. 삼성의 사령탑이 바로 해태에서 18년간 몸담으며 한국시리즈 9회 우승을 일궜던 김응룡 감독이기 때문. 하지만 김 감독은 “지금은 삼성 유니폼을 입고 있기 때문에 특별히 할 얘기가 없다”며 담담한 표정.

김 감독 외에도 삼성의 유남호 김종모 조충렬 코치, 투수 이강철 임창용은 해태에서 잔뼈가 굵은 해태 출신들. 80년대 한국시리즈 우승 문턱에서 번번이 호랑이에게 발목이 잡혔던 삼성은 90년대 후반부터 ‘해태 배우기’ 작업을 진행해 현재는 해태와 삼성 스타일이 복합된 ‘라이거(라이언+타이거)’가 돼 있다.

이날 고별전에 나선 해태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은 아쉬움과 기대감이 교차하는 분위기.

현역시절 해태의 전성기를 이끌다 현재 친정에서 지휘봉을 잡고 있는 김성한 감독은 “아쉬움보다는 부담감이 더 크다. 다음달부터 새로운 유니폼을 입고 더 좋은 경기를 광주팬들에게 보여줘야 할 텐데…”라며 걱정스러워했다. 그는 “그동안 고생한 선수들로 봐선 앞으로 좋은 환경에서 야구를 하게 되니까 잘 된 게 아니냐”고 덧붙였다.

‘끝 그리고 새로운 시작’이라는 고별식의 주제처럼 해태 선수단은 새로운 시작을 향한 마지막 발걸음을 내디뎠다.

<김상수기자>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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