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중견의사]관절질환-스포츠외상 경희대 이용걸교수

  • 입력 2001년 7월 29일 18시 29분


매일 오전 7시반 경희대병원 주차장엔 회색 스포츠카 티뷰륜이 ‘끼익’ 선다. 운전자는 20대가 아니라 46세인 이 병원 정형외과 이용걸교수. 보라색이나 빨간색 와이셔츠 차림으로 차에서 내릴 때도 있다.

이교수는 간호사와 환자들 사이에서 ‘멋쟁이 의사’ 또는 ‘로맨티스트’로 불린다. 그는 10년 동안 진료실에서 가운을 입지 않고 환자를 진료해왔다. 수술실에서는 유명 첼리스트의 음악을 틀어놓고 환자가 오기를 기다린다. 플루트 연주도 수준급. 사물함에는 플루트와 악보가 있다.

그러나 이교수는 자신은 멋에 취해 사는 의사가 아니며 멋도 환자를 위해 부린다고 말한다. 가운을 입지 않는 이유도 환자와 더 가까워지기 위해서라는 것. 환자와 어깨동무를 하는 경우도 있고 환자의 집안 얘기도 자주 한다. 음악을 가까이 하는 것도 마음이 안정돼야 환자에게 보다 더 정확한 수술을 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그는 새 환자의 경우 최소 20분 이상 진료한다. 운동 선수가 다쳐서 새로 오면 1시간 이상 진료하기도 한다. 예약된 환자가 오지 않으면 꼭 전화를 걸어 환자의 상태를 확인한다.

이교수는 97년부터 프로야구 LG 트윈스의 팀 닥터를 맡고 있다. 그는 이 팀 선수 뿐 아니라 다른 팀 야구선수도 ‘삼촌’처럼 여기며 찾는 의사다. 환자 중엔 럭비 아이스하키 축구 배구 레슬링 수영 등의 국가대표 선수도 적지 않다. 그는 90년대 초부터 매일 스포츠신문을 봐왔다. 누군가 어깨에 탈이 났다는 기사가 나면 곧바로 전화를 걸어 좀 보자고 말한다. 운동 선수에겐 친구에게도 가르쳐 주지 않는 휴대 전화 번호를 알려 줘 조금이라도 몸이 좋지 않으면 연락토록 한다.

이교수는 학문적으로도 뛰어난 성과를 올리고 있다. 외과 의사로는 드물게 외국 권위지에 30여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98년엔 서울에서 ‘세계 어깨 심포지엄’을 개최했고 올 9월엔 ‘2001 뉴 밀레니엄 견주관절 심포지엄’을 서울에서 개최한다. 내년엔 ‘아시아 어깨 관절 학술대회’를 열 예정이다.

이교수는 “80년대에는 효과적인 어깨 치료법이 없었지만 내가 어깨를 전공하기 직전부터 세계적으로 효과적인 치료법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면서 자신이 어깨 분야의 최고 전문가가 된 것은 운 때문이었다고 말한다. 80년대 초 이교수는 전공의 시절엔 4년 동안 어깨가 빠진 환자를 3명 밖에 보지 못했는데 이후 10년 동안 1000명을 진료할 정도로 환자도 급증했다

이교수는 “40세가 넘어 어깨가 아프면 대부분 오십견이라고 자가 진단하는데 오십견이 아닌 경우가 더 많다”며 “정확한 진료를 받고 원인별로 치료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선 목 질환을 어깨 질환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목과 어깨 사이가 아프면 목디스크 등 목 질환, 팔과 어깨가 맞닿는 곳이 아프면 어깨 질환일 가능성이 크다.

어깨의 병은 크게 4가지로 나눌 수 있다.

어깨는 인체에서 가장 운동 범위가 넓은 관절인데 ‘오십견’은 관절을 싸고 있으면서 ‘윤활유’를 배출하는 관절낭이 찌그러들어 팔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면서 아픈 것. 오십견은 운동요법으로 고치는데 6주 정도면 괜찮아지며 1년 안에 대부분 낫는다. 단 중증일 경우 관절경 수술을 받는다. 이교수는 “오십견일 때 어깨를 ‘깔짝깔짝’ 좁게 돌리는 운동은 회복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약간 아프더라도 운동 범위가 큰 스트레칭을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어깨에서 뼈를 잇는 인대가 찢어지면 탈구가 일어나는데 탈구의 방향에 따라 치료법이 다르다. 즉 어깨가 앞 쪽으로 빠지면 관절경 수술로 힘줄을 꿰매야 하며 다른 쪽으로 빠지는 경우 어깨 뼈 주변 근육을 강화시키는 운동을 해야 한다는 것.

어깨 근육이 닳거나 찢어진 것을 오십견과 혼동하는 사람이 많은데 한 팔로 반대쪽 팔을 잡고 올리려고 할 때 거의 안 올라가면 오십견, 약간 아프지만 올라가면 근육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대부분 관절경으로 근육을 꿰매는 수술을 받아야 한다.

어깨 관절의 물렁뼈가 닳은 관절염은 관절경 시술, 인공관절 시술 등으로 치료한다.

이교수는 “평소 어깨를 강화하는 운동을 수시로 해야 어깨 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컴퓨터 작업 중 틈틈이 팔을 위로 쭉 뻗어 올리거나 한쪽 팔로 다른 팔을 잡고 끌어당기는 운동 등을 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또 아령 등 근력을 강화하는 운동도 필요한데 어깨 높이까지만 팔을 올려야 하며 더 이상 올리면 통증 유발 등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이성주기자>stein33@donga.com

◇관절질환 및 스포츠 외상 베스트 의사

이름

소속 병원

세부 전공

이용걸

경희대

어깨와팔관절, 스포츠외상

이명철

서울대

무릎 관절, 스포츠외상

김승호

성균관대삼성서울

어깨와 팔 관절

빈성일

울산대 서울중앙

무릎 관절, 관절경수술

민병현

아주대

무릎 관절

송은규

전남대

무릎 관절, 스포츠외상

박윤수

성균관대삼성서울

인공 엉덩관절

김성곤

고려대 안산

관절 질환, 척추

김진섭

한림대 강남성심

어깨와팔관절, 스포츠외상

변기용

충남대

관절경

김경택

동아대

무릎관절,관절경,스포츠외상

김희중

서울대

엉덩관절

박진영

단국대(천안)

어깨관절

경희수

경북대

관절경

장준동

한림대한강성심

엉덩관절

이수호

울산대서울중앙

엉덩관절

하철원

성균관대삼성서울

무릎관절

김진구

인제대 서울백

무릎어깨팔관절,스포츠외상

이인묵

을지

인공관절

윤택림

전남대

엉덩관절

조윤제

경희대

엉덩관절

이화성

가톨릭대 성모

스포츠외상

이수찬

가천의대동인천길

인공 무릎관절

구경회

경상대

엉덩관절

◇어떻게 뽑았나

경희대병원 정형외과 이용걸교수가 ‘관절질환 및 스포츠 외상’ 부문 베스트 중견의사로 선정됐다.

이는 동아일보사가 전국 16개 의대에서 관절질환 및 스포츠 외상이 전공인 정형외과 교수 52명에게 50세 이하 의사 중 △가족이 아프면 맡기고 싶고 △치료 및 연구에서 뛰어난 업적을 보이는 의사 5명씩을 추천받아 집계한 결과다.

서울대병원 이명철교수와 삼성서울병원 김승호교수는 공동 2위를 차지했다.

이교수가 속한 경희대병원 정형외과는 ‘막강 팀’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이 병원 정형외과에는 현재 유명철교수와 배대경교수 등 ‘대가’가 포진하고 있는데다 고려대 구로병원 이석현, 성균관대 삼성서울병원 안진환교수 등 많은 ‘스타’도 배출했다.

한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김성재교수는 52세로 이번 추천 대상이 아니었지만 ‘10위권’에 근접할 정도로 추천을 많이 받았다.

병원별로는 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경희대병원, 서울중앙병원, 전남대병원 등의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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