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월드]ARF외무장관 만찬장 연예인 뺨칠 장기자랑

  • 입력 2001년 7월 27일 18시 25분


국제무대에서 뛰고 있는 외교 총수들은 ‘밤무대’에서도 최선을 다했다.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참가했던 20여개국의 외무장관들이 25일 있은 만찬장에서 연예인 못지 않은 노래 실력과 연기력을 과시해 화제가 되고 있다.

이날 만찬은 이틀간의 긴박했던 회의를 모두 끝낸 뒤 긴장을 풀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가라오케까지 동원한 여흥무대로 꾸며졌다. 비공개였지만 참석자들의 입을 통해 아기자기했던 여흥장의 모습이 외신을 타고 전 세계에 전해졌다.

AFP 통신은 최근 각종 만찬장에서 ‘명가수’로 이름을 날린 이고리 이바노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노래솜씨를 유감없이 발휘해 갈채를 받았다고 26일 전했다. 근엄하기로 소문난 탕자쉬안(唐家璇) 중국 외교부장도 이바노프 장관 못지 않은 노래솜씨를 뽐냈다는 것.

그러나 이날의 스타는 단연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과 홍일점인 다나카 마키코(田中眞紀子) 일본 외상이었다는 게 중론.

합참의장 출신으로 평소 엄격한 인상을 줬던 파월 장관은 처음엔 노래를 부르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그러나 주위 사람들이 채근하자 못이기는 척하고 마이크를 잡아 ‘엘 파소’란 노래를 열창했다.

만찬에 대비해 미리 카우보이 복장까지 준비한 그는 “서부 텍사스 마을 엘 파소에서 나는 어둠보다도 더 검은 눈을 가진 베트남 처녀 마키코(일본 외상)와 사랑에 빠졌네”라고 가사를 바꿔 불러 500여명의 참석자들로부터 박수를 받았다.

이어 등장한 다나카 일본 외상. 베트남 처녀들이 쓰는 모자를 구해 쓰고 나온 그는 파월 장관과 함께 베트남 연인의 사랑을 그린 ‘즉석 연극’을 해보였다. 파월 장관이 총탄에 맞아 쓰러지는 동작을 해보이자 달려들어 뺨에다 키스까지 해 참석자들을 열광시켰다.

<백경학기자>stern10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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