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IN&OUT]야! 한밤에? 잠이나 자!

  • 입력 2001년 7월 27일 14시 53분


매주 TV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해대니 내가 꽤 까탈스럽고 잘난 척하는 사람이 된 것 같은데, 사실 난 TV를 볼 때 내 나름대로 정한 세 가지 기준 중 하나만 만족시켜도 별 소리 안 하는 온순한 시청자다. 나의 기준이란 1.재미, 2. 감동, 3.정보! 즉 재미 있으려면 뒤집어지게 웃기던지, 아님 메마른 가슴을 퍽! 때려줄 만큼 감동적이던지, 그것도 아님 알찬 정보라도 줘야 한다 이 말이다.

이게 까다로운 조건인가? 오락 프로그램이 재미있어야 하는 건 당연한 거고, 드라마에 감동,

정보 프로그램에 정보가 없다는 건 말이 안되지…그래서 세가지 중 단 하나도 충족시키지 못하는 프로그램을 보면 열 받는다. 시청료도 아깝고, 전기료도 아깝고, 시간도 아깝다!!!

어젯밤 너무 더워 잠이 안 오길래 KBS 2TV의 ‘夜! 한밤에’를 봤다. 연기파라고 생각했던 박상아가 MC로 등극했다기에 궁금했었는데 내가 보기 시작한 부분은 마침 그녀가 진행하는 코너‘夜好! 다트여행’이었다. 선남선녀들이 경치좋은 곳으로 소풍을 가서 노닥노닥 수다를 떠는 코너. 언뜻 보면 장안의 화제였던 SBS ‘멋진 만남’의 ‘못말리는 데이트’ 같기도 하고, 야외‘토크박스’같기도 한데 일단 답답한 스튜디오가 아니라 시원한 산이 나오니까 눈길은 갔다.

어젠 다섯 명의 남녀가 (들어나 봤나?)산악승마를 하고 예쁜 도시락을 펼쳐놓고 피크닉 분위기를 조성했다. 그림은 좋았다. 짙푸른 산, 이쁜 여자와 잘생긴 남자들, 그림 같은 도시락…그런데 그 환상적인 배경과는 달리 출연자들의 노닥거림은 도대체가 재미라곤 요만큼도 없고 중구난방, 횡설수설 가관이었다.

이 사람들, 별 공감대도 없이 각자 자기 얘기만 하는데 누가 얘길 해도 귀담아 듣지 않았다. 그러면서 중간중간 면박은 빼먹지 않고 줬다. (요즘은 면박주는 것도 연예인의 능력!) MC인 강병규나 박상아나 코너를 진행하기엔 카리스마가 좀 떨어지는데다가 둘 사이를 어떻게든 엮어보려는 의도가 너무 작위적이라 웃기지도 않았다. 사실 시청자들은 강병규랑 박상아가 뭔 사이인지 별 관심도 없구만. 아직도 시청자들이 연예인 열애설이라면 눈에 불을 켜고 덤비는 줄 아는 건지…

“먹을 것 다 대주고 재미있게 놀기만 하면 되는데 그걸 못하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웬만한 애들도 그보단 재미있게 놀겠구만… 재미있는 해프닝, 재미있는 얘기는 없이 억지 웃음을 강요하는 오버와 호들갑만이 난무! 한밤에 웃음을 강요당하는 것도 정말 고문이었다.

기왕 좋은 곳에 갔으면 재미있는 얘기를 준비해서 찜통 더위에 헥헥거리는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던가, 아님 ‘여긴 어디니까 와보고 싶으면 와봐! ‘하고 정보라도 좀 나눠주던가…자기들끼리 하나도 재미없는 얘기에 쓰러지고 뒤집어지는데 날씨는 덥고 정말 짜증났다. 서정희 아줌마네 집에서 빌려온 것 같은 등나무 가방과 얌전하게 차려진 피크닉 메뉴가 아깝고 탐날 뿐...

어젯밤 잠자리에 들기 전 난 결심, 또 결심했다. “아, 앞으로 한밤에는 무조건 잠만 잘란다!”

조수영 <동아닷컴 객원기자> sudatv@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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