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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7월 25일 18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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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단체들이 최근 ‘조국통일을 위한 남북 노동자회의’를 구성키로 합의하면서 강령 초안에 ‘…하나의 민족, 하나의 국가, 두 개 제도, 두 개 정부에 기초한 통일국가 건설을 지향한다’고 명시했다는 것인데, 우리는 통일방안과 관련한 민간단체의 이런 섣부른 접근이 위험하다고 본다.
노태우(盧泰愚) 대통령 시절의 한민족 공동체 통일방안,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3단계 통일론 등 지금까지 우리측이 내놓은 통일방안은 남북연합을 필수적인 한 단계로 삼고 있다. 우리측 통일방안은 또 통일의 과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통일의 결과로서 연방제를 정치선전의 도구로 활용해온 북측의 통일방안과 구별된다. 우리 노동단체들이 이런 측면을 고려하지 않고 해석하기에 따라서는 이적성 논란까지 불러일으킬 수 있는 내용을 북측 단체와 합의했다는 것은 설령 그 의도가 순수했다고 해도 경솔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남북 노동단체의 통일방안 논의는 우리측 민간단체가 북측의 통일전선전술에 말려들 가능성도 있다는 측면에서 적절치 못한 일이다. 남측의 각종 단체를 정치 토론의 장으로 끌어들여 남측 여론을 분열시키는 것은 북한 통일전선전술의 고전적인 수법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작년 남북 정상회담 이후 남북관계가 진전되었다고 하지만 북한이 지금까지의 통일전선전술을 포기했다는 징후는 아직 없다.
더욱이 작년 이후 다소간 활발해진 남북 민간교류 분위기에 편승해 북한이 통일전선전술을 오히려 강화할 가능성도 없지 않은 터에 민간 단체가 통일방안 논의에 뛰어드는 것은 시기적으로도 맞지 않다. 얼마 전 집권여당과 관련된 단체가 통일헌법 문제를 들고 나와 평지풍파를 일으켰던 예에서도 볼 수 있듯 지금은 오히려 대북정책에서 비롯된 남남(南南)갈등을 추스를 때다.
통일방안은 남북 화해협력이 구체화되는 과정에서 학계의 충분한 검토와 국민적 합의과정을 거쳐 신중하게 도출되는 것이 옳다. 먼 장래의 통일방안을 얘기하기 전에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 등 당장 시급히 해야 할 일도 많지 않은가. 노동단체는 나설 때와 나서지 말아야 할 때를 구별할 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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