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화제]브라질용병들 "한국음식 못 먹겠어"

  • 입력 2001년 7월 19일 18시 42분


프로축구 그라운드를 누비는 용병들의 행태도 가지가지.

84년 랜스베르겐(네덜란드·당시 현대)이 처음 한국땅을 밟은 뒤 국내 프로축구에 용병이 들어온 지도 어언 18년. 현재 K리그에 등록된 외국인 선수는 총 45명인데 그동안 동유럽 선수들이 강세를 보이다 지난해부터 남미세가 뜨고 있다.

이국만리에서 뛰는 ‘프로’답게 대부분의 용병들이 훈련이나 경기에 참여하는 모습은 너무 진지해 한국선수들이 본받아야 할 정도. 유고출신 드라간(안양)은 팀 내에서 ‘진짜 프로’로 불린다. 팀훈련이 있을 때나 없을 때나 항상 자신의 몸관리에만 신경을 쓴다. 감독이 있고 없음에 따라 마음상태가 달라지는 국내선수들과 달리 휴식 외엔 훈련에 모든 정신을 쏟는다. 포스코 K리그 득점선두(8골)인 브라질의 파울링뇨(울산)도 ‘성실파’. 축구와 가정밖에 몰라 ‘단세포’라고 불리기도 한다.

그라운드를 벗어나면 갖가지 다른 행태가 나타난다. 동유럽선수들은 성격이 까다롭지만 한국문화에 잘 적응하는 편. 러시아용병 데니스(수원)와 유고용병 마니치(부산)는 이젠 ‘김치 없이는 밥 못 먹는다’고 할 정도로 한국음식을 즐긴다. 국내 6년차 데니스는 한국말도 잘해 팬들을 만날 때도 가벼운 농담을 던진다. 마니치도 식사할 때 포크를 주면 “젓가락과 숟가락으로 바꿔 주세요”한 뒤 된장찌개에 공깃밥을 게걸스럽게 먹는다고.

남미 출신은 성격이 온순하고 착하지만 한국문화에 적응하는 덴 비교적 느린 편. 대부분의 브라질 선수들은 한국음식보다는 여전히 본토 음식을 찾는다. 김치같이 맵고 짠 음식을 싫어한다. 안양의 히카르도와 세르지오, 전남의 마시엘와 세자르 등은 한국음식보다는 양식을 먹는다. 햄버거점을 찾는 경우도 많다.

마시엘은 낚시를 좋아해 틈만 나면 바다낚시를 즐긴다. 또 전남 브라질용병 4명 중 ‘맏형’이라 세자르, 찌코, 이반 등을 데리고 순천 낙안 민속마을을 가는 등 후배들의 적응을 돕고 있다. 대부분의 용병들은 훈련으로 집을 떠나 있기 때문에 휴일이면 가족들과 놀이공원을 찾는다.

팀은 다르더라도 같은 나라 선수들끼리 만나기도 하는데 주로 하는 얘기는 각 구단의 대우. 안양의 한 선수는 전북은 선수들에게 쏘나타를 제공하는 데 비해 소속팀에서는 엑센트를 주는 것을 놓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한다. 제공되는 아파트의 평수 때문에 기분이 상한 경우도 있다.

‘반항아’도 있다. 전남의 찌코는 브라질 출신인데 성격이 괴팍스럽다. 자신이 스타팅라인업에서 빠지면 바로 직설적인 표현으로 불만을 표시한다.

<양종구기자>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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