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칫하면 ‘흉기’가 되는 주방 용품으로 둘러싸인 부엌에 호기심을 보이는 아이들을 이렇게 다그쳐 왔다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안전 수칙만 잘 일러 놓는다면 부엌을 훌륭한 교실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기 고양시 덕양구 화정유치원의 이동희 원장(58)은 ‘요리교육활동 프로그램’을 도입해 유치원에서는 물론, 각 가정에서 아이와 함께 요리를 해 볼 것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아이들이 요리 시간에 얼마나 진지한지 몰라요. 자율적으로 일을 분담하면서 협동심도 발휘하지요.”
경기대학교 사회교육원 유아교육과 강사로 출강 중인 이 원장은 요리는 구체적 조작물을 통해 사물을 익히는 유아기의 성장 발달 단계에도 꼭 맞는 교육 아이템이라고 강조했다.
집에서 요리를 할 때에는 요리 계획과 장보기 단계까지 아이들과 함께 의논하는 것이 성취감과 책임감 향상에 도움이 된다.
요리 교육의 첫 단계는 안전 교육. 칼이나 유리 제품을 다룰 때에는 ‘천천히 움직일 것’을 강조한다. 불을 사용하는 요리의 경우, 각별한 주의를 쏟아야 함은 기본이다.
“자, 오이를 두 번 잘라보자. 그럼 몇 조각이 되지?” “큰 숟가락에 가득 찼던 설탕을 작은 숟가락에 나눠 담으려면 몇 개가 필요할까?” 등 요리를 하면서 숫자 공부를 해 볼 수 있는 기회는 무궁무진하다.
아이들이 싫어하는 파, 당근 등을 요리 재료로 사용하면서 편식 습관을 고치는 것도 부수 효과 중 하나. 삶은 달걀 껍데기 등을 까게 하면서 손 조작 능력도 기를 수 있다.
요리교육의 성과를 높이려면 요리 활동 기록지를 작성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제비를 만들 경우, 기록지에 △밀가루의 색깔, 맛, 느낌은 어떤가요? △밀가루로 만든 음식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밀가루 반죽으로 여러 가지 모양을 만들어 보고 그림으로 그려보세요 △‘밀가루’로 시작해 끝말잇기를 해 봅시다 △내가 만든 요리를 그림으로 그려보세요 등 관찰력과 상상력을 자극하는 문제를 준비한다.
“밀가루 반죽을 뜨거운 물에 넣으면 물 위로 떠오릅니다. 밀가루 반죽은 떠오르면서 무슨 말을 할까요” 등 ‘깜찍한’ 질문도 할 수 있다.
아이들은 “잠수 끝!” “앗, 뜨거워!” “숨차요.” 등 재치있는 대답을 쏟아낸다.
요리 메뉴는 팥빙수, 색깔 주먹밥, 김밥, 샌드위치 등 조리법이 간단한 것으로 고르며 아이와 함께 새로운 메뉴를 개발해 보는 것도 좋다.
5월 백설 햄스빌이 수도권 8개 유치원을 순회하며 벌인 요리대회에서도 샌드위치용 햄 속에 각종 야채를 넣고 김밥을 싸듯이 말아 이쑤시개로 고정시키는 ‘햄 야채 꼬치 말이’, 밀전병에 각종 재료를 싸 먹는 ‘파지타’ 등 간단하면서도 독창적인 요리가 출품돼 눈길을 끌었다.
<김현진기자>bright@donga.com
▼꼬마김밥 만들기▼
준비물 : 밥, 오이, 당근, 햄, 치즈, 김 등, 보통 발의 4분의 1 크기의 미니 발
아이와 함께 할 일 | 질문 거리 |
고슬고슬하게 지어 식혀 둔 밥에 양념하기 | 어떤 양념을 넣어야 짭짤하고 고소한 맛이 날까? |
김 한 장을 4조각으로 자르기 | 김이 없으면 대신 어떤 재료로 밥을 감쌀 수 있을까? |
발에 김을 펼쳐놓고 밥을 얇게 펴기 | 어떤 모양으로 밥을 올려 놓을까? |
밥 위에 치즈, 오이, 당근, 햄 등을 올려 놓기 | 각 재료의 형태, 색깔, 특징은 어떤가? 씹어보면 어떤 소리가 나나? 치즈는 무엇으로 만들까? |
김밥을 말아 형태를 만들고 썰기 | 김밥을 썰면 단면은 어떤 모양일까? |
큰 접시에 김밥을 담고 갖가지 아이디어를 내어 장식하기 | 어떻게 꾸며야 먹음직스러울까? |
뒷정리 및 품평회 | 다음에는 어떤 재료를 넣어 볼까? 그러면 어떤 맛이 날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