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풍력발전 "바람아 불어라"

  • 입력 2001년 7월 18일 18시 57분


세계적인 풍력 열풍 속에 마침내 우리나라에서도 지방자치단체와 외국투자회사가 대규모 풍력발전단지 조성에 잇따라 뛰어들어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2000년 전세계 풍력발전시설용량은 100만㎾급 원전 17기에 해당하는 1730만㎾. 이 중 1282만㎾가 몰려 있는 유럽에서는 지난 6년 동안 시설용량이 매년 40%씩 증가해 현재 500만명에게 전기를 풍력으로 공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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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도청 김동선 사무관 인터뷰

풍력이 각광을 받는 것은 전력생산단가가 싸진데다 연료와 폐기물이 없는 청정에너지이기 때문이다.

풍력의 전력 1㎾h 생산단가는 80년대 초반 30센트에서 발전기의 대형화와 기술 발달로 2000년에는 4센트까지 떨어졌다.

이는 석탄, 석유 발전 단가와 비슷한 수준이다.

풍력발전량은 날개 길이의 제곱에 비례하고, 풍속의 세제곱에 비례한다. 따라서 발전기가 클수록, 바람이 강한 곳일수록 결정적으로 유리하다.

80년에 나온 날개 지름 10.5m짜리 풍력발전기가 26㎾의 전기를 생산하는 데 반해 요즘의 지름 54m짜리 풍력발전기는 1000㎾의 전기를 생산한다.

또한 풍속이 초속4m에서 5m로 늘면 전력생산량은 2배로 늘어나므로 입지가 매우 중요하다.

애초 우려했던 소음문제도 날개 설계 기술이 향상되면서 거의 해결됐다. 요즘 풍력발전기의 소음은 250m 떨어진 회전날개의 소리가 부엌의 냉장고 소음보다도 작다.

우리나라의 경우 70년대부터 섬을 중심으로 시작된 풍력발전기 보급이 잦은 고장 등으로 번번이 실패를 거듭해오다, 제주도가 중앙정부의 지원 아래 98년부터 상업운전을 시작한 행원풍력단지가 성공 가능성을 보이면서 풍력 열풍에 불을 댕기고 있다.

현재 행원풍력단지는 225∼750㎾ 짜리 풍력발전기 9기를 돌려 2000여 가구에 전력을 공급하고 있다.

행원풍력단지가 생산한 전력은 ㎾h당 63원에 한전이 사들이고, 한전은 약간의 이익을 붙여 가정에 ㎾h당 74원에 팔고 있다.

건설비 등을 고려한 행원풍력단지의 전력생산원가는 ㎾h당 90원. 아직 적자가 분명하다.

하지만 산업자원부는 유럽처럼 풍력 등 대체에너지에 대해 적자분 만큼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하는 획기적인 제도를 오는 9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게다가 풍력발전기를 대형화하고 건설기간을 단축할 경우 생산원가가 선진국 수준(4센트, 약50원)까지 내려갈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이처럼 주변 여건이 바뀌자 외국기업까지 한국의 강한 바람에 눈독을 들이기 시작했다.

강원도는 독일 라마이어 인터내셔널 등 2개 투자회사로부터 3억 달러를 끌어들여 대관령, 고성 신평지구 등에 대규모 풍력발전단지를 건설키로 11일 투자의향서를 체결했다.

전북도역시 올해부터 2005년까지 5기, 2010년까지 50기의 풍력발전기를 새만금 방조제에 건설할 예정이다.

인천시도 190억원을 들여 강화도 남단에 750㎾ 규모의 풍력발전기 14기를 2004년까지 조성할 계획이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김건훈 박사는 “우리나라 풍력 발전 잠재력은 매우 커서, 5%만 개발해도 국내 전력수요의 14%를 충당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에따라 연구원 2006년까지 5052억원을 들여 연평균 초속 5m 이상의 강풍이 부는 제주 새만금 포항 영덕 대관령 태백 낙도 등에 29만㎾의 풍력설비를 갖추고 전력의 0.25% 공급하는 방안을 세워놓고 있다.

하지만 이는 풍력선진국인 덴마크와 독일의 풍력발전비율이 이미 13%와 2.5%인 것과 비교하면 훨씬 적다.

덴마크의 경우 풍력발전시설의 80%가 민간기업과 농민 등 개인이 운영하는 것이지만, 우리나라는 풍력발전이 정부 주도로만 진행되고 있다.

포항산업과학연구원 최재우 박사는 “우리나라의 풍력 보급이 늦어진 것은 기업이 뛰어들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유럽의 풍력발전 보조금 같은 제도가 도입되면 지방자치단체뿐아니라 기업이나 농가도 풍력발전기 설치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신동호동아사이언스기자>do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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