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광현/수출업체는 속이 타는데…

  • 입력 2001년 7월 16일 18시 27분


“아르헨티나가 정말 국가 부도로 가는 겁니까? 그러면 내 수출대금은 어떻게 됩니까?”

아르헨티나 현지에 무역관을 두고 시장동향 정보를 수집하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의 서울 양재동 본부에는 요즘 문의 전화가 빗발친다. 대부분이 아르헨티나가 채무불이행 사태에까지 가면 수출대금은 어떻게 될지, 경제위기가 아르헨티나를 넘어 브라질 멕시코로 이어지지는 않을지 궁금해하는 중소기업의 전화들이다.

대기업들도 걱정하기는 마찬가지다. 잇따라 남미지역의 수출 계획을 대폭 축소하는 후속대책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현대자동차는 올해 아르헨티나 수출 목표를 4000대에서 2500대로 낮췄다. 그나마 아르헨티나가 채무불이행을 선언하면 2000대도 못 팔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기아차 중남미팀 관계자도 “브라질에서는 이미 3개월째 오더가 없다”며 “수출목표도 올해초에 잡았던 2만5000대에서 1만5000대로 수정했다”고 말했다.

한 중소기업 사장은 “현지 은행을 통해 신용장을 받았는데 그 은행들은 안전한지 모르겠다”며 “너무 불안해서 이 지역과 거래를 계속해야 할지 걱정”이라고 털어놓았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멕시코 등이 속한 중남미지역은 중국 중남미 중동 등 이른바 ‘3중’ 가운데서도 알짜 중 알짜 시장. 지난해 한국의 무역수지 흑자 중 절반인 62억달러가 이들 지역에서 일어났다. 이 지역에 문제가 생긴다면 전체 수출구도와 나아가 국가경제 운용에 금이 갈 수밖에 없다.

사정이 이 지경인데도 정부나 관련기관의 대답은 한결같다. “모니터링 체제를 갖추고 예의 주시하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미국이 자신의 안방격인 중남미시장이 부도까지 가게 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도 덧붙이고 있다. 중남미 경제위기에 대한 정부의 태도를 보고 “펀더멘털에는 문제없다”는 말만 되풀이한 외환위기 때를 연상하는 것은 과민반응일까.

김광현<경제부>kk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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