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KT마스터스배 만든 한국통신 이상철 사장

  • 입력 2001년 7월 16일 08시 22분


◇"최고 상금 내걸어 다른 기전과 차별화"

최근 KT(한국통신) 마스터스배라는 기전이 생겼다. 우승 상금 4500만원, 준우승 상금 1500만원으로 국내 최고 상금을 준다.

대국 방식도 독특하다. 본선 64강 중 2000년 각 기전 본선 진출자(55명)에게 자동 진출권을 주고 나머지 9명은 예선을 통해 뽑는다. 기존처럼 단위에 따라 1차예선, 2차예선으로 나누지 않고 예선도 초단부터 9단까지 동등한 자격으로 참여하게 했다.

게다가 제한시간의 경우 예선은 1시간인데 비해 본선과 결승은 20분에 초읽기 30초 3회의 초속기로 진행돼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마스터스 대회는 최고 기량자를 뽑는다는 의미가 아닙니까. 당연히 상금도 제일 많아야하고 여타 기전과 다른 면모도 보여줘야죠. 바둑 인구가 1000만명이니까 기전 운영하는 게 일반 광고보다 들어가는 돈도 훨씬 적고 광고 효과도 크다고 생각합니다.”

마스터스배의 탄생을 주도한 한국통신 이상철(李相哲) 사장은 ‘열렬한’ 바둑팬이다. 아마 6단에 한국기원 이사.

아주 어려서 아버지와 형들이 바둑 두는 것을 어깨 너머로 보다가 스스로 기리(棋理)를 깨쳤다고 한다. 고등학생 때 이미 1급 실력을 갖췄고 대학 때는 서울대 공대 대표 선수를 지냈을 정도.

이 사장은 추진력이 남다른 걸로 평가받는다. 한국통신프리텔 사장 시절 공기업의 자회사라는 한계를 뚫고 이동통신 업계 2위에 올라설 정도로 저돌적인 경영을 했다는 평. 기풍도 ‘화끈한 싸움 바둑’이다.

“일본의 사카다 9단처럼 격렬하고 치열하게 부딪쳐가는 바둑을 둡니다. 그게 적성에 맞는 것 같아요.”

지난해 국회의원 선거에 낙선한 뒤 인생에서 처음으로 8개월 동안 쉬었다. 그 때 친구가 된 것이 바둑. 특히 인터넷 바둑을 많이 뒀다. 한 사이트에서 아마 7단으로 92승 70패를 기록했다.

“바둑 두면 참는 걸 많이 배웁니다. 형세가 나쁘다고 낙담할 것도 없고 잘 나간다고 자만해서도 안되고…. 인생도 마찬가지지만 뭐든지 조급하게 서둘러서는 안되는 거죠.”

올초 한국통신 사장이 된 뒤로는 바둑을 딱 한판 밖에 두지 못했다.

“한국통신을 흔히 ‘공룡’이라고 말하죠. 그러나 덩치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얼마나 효율적이냐가 문제죠. 바둑 돌 하나 하나가 제 역할을 다하면 승리할 수 있듯이 경영자가 인적 물적 시간적 자원을 효율적으로 쓴다면 공룡도 펄펄 뛰어다닐 수 있습니다.”

<서정보기자>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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