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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7월 5일 18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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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를 치고 1루에 나가 정 회장과 나란히 서 있는 선수는 다름 아닌 현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간판타자 조경환(29)이었다.
조경환이 누구인가. 공격 수비 주루를 동시에 갖춘 삼박자 선수인 그는 고려대 시절부터 국가대표만 6년간 장수한 아마야구의 최고 스타 중 한 명. 이런 그가 정 회장과 같이 야구를 한다는 자체가 사정을 잘 모르는 팬들의 눈길을 끌었다.
조경환은 이 사진으로 증명되듯 자신의 재능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 채 프로야구의 제도권 밖에서 맴돌았다.
대학졸업을 앞둔 94년 가을 ‘순간의 판단착오’로 롯데의 지명을 뿌리치고 당시 막대한 자금을 살포하며 무차별 스카우트를 했던 신생 실업팀 현대 피닉스에 입단하면서 그의 ‘불행’은 시작됐다.
고려대 시절 거포로 이름을 날렸지만 2년 선배인 마해영(삼성)과 동기생 심재학(두산)의 그늘에 가려 만년 2인자에 머물렀던 그는 실업에 와서 비로소 최고의 자리에 오르는 기쁨을 누리기도 했다.
그러나 호랑이가 없는 굴에서 여우가 왕 노릇을 하는 격이었다. 어떤 대회에선 7할대 타율로 타격왕이 되는 등 각종 타격 타이틀을 독식했지만 팬들은 그를 외면했다. 군 입대가 눈앞에 닥친 것도 시련이었다.
결국 그는 현대 피닉스와의 불편한 동거를 끝내고 상무에 입대했고 동기생들이 프로 4년째를 맞는 98년에야 늦깎이 신인으로 롯데에 입단했다.
3년이나 실업야구에서 썩었다는 이유로 입단 때부터 푸대접을 받았던 조경환의 첫 출발은 그리 순탄하지 못했다. 주전자리는 당연히 챙겼지만 데뷔 첫해 타율 0.231과 9홈런에 머물렀고 지난해에야 25홈런에 64타점을 올리며 팬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기억시켰다.
그리고 새로운 각오로 맞은 올 시즌. 조경환은 최근 9경기에서 연속경기 타점과 함께 36타수18안타의 5할 타율에 7홈런 21타점의 가공할 위력을 뽐내며 시즌 타율 0.315(14위)에 17홈런(5위), 59타점(5위), 장타율 0.581(6위) 등 타격 각 부문에서 상위권에 올라 제2의 야구인생을 화려하게 열어가고 있다.
<장환수기자>zangpab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