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김권/정당성없는 개혁 분열만 초래

  • 입력 2001년 6월 28일 18시 29분


현 정부가 실행하는 교육, 의료, 언론 개혁의 과정을 보면 몇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우선 개혁의 대상이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직업군에 속해 있다는 점이다. 교수, 교사, 의사, 약사, 언론인 등은 신뢰를 토대로 활동하는 전문가들이다. 둘째, 개혁 초기에는 시민단체를 앞세워 당위성을 부추긴다는 점이다.

셋째, 개혁을 실행하는 도중에도 초기에는 직업군 내부의 반목과 질시를 유발한다. 전교조와 나머지 교사들의 대립, 의사와 약사의 싸움, 주류 언론매체와 비주류 언론매체간의 반목 등이 전형적인 예에 속한다. 넷째, 종국에 가서는 국민과 개혁 대상간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개혁 대상을 아주 부도덕한 집단으로 매도해 버린다는 점이다.

참으로 한심한 공통점이 아닐 수 없다. 물론 개혁의 필요성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사회적인 신뢰를 바탕으로 사는 사람들을 당리당략에 따라 매장시키면 많은 부작용이 따르게 마련이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 사회는 빈부 격차 및 상대적 박탈감 등으로 분열이 심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전문가 집단에 대한 국민의 적대감을 심어주면 나라의 장래가 어떻게 될지 걱정이 앞선다.

정부는 전문가들의 개혁 거부감을 ‘집단 이기주의’로만 몰아세우지 말고 개혁에 대한 충분한 정당성부터 갖추기 바란다.

김권(의사·서울 구로구 개봉동)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