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민주당에서 수사하나

  • 입력 2001년 6월 27일 18시 43분


민주당이 언론사 세무조사와 관련해 만들었다는 대응문건을 보면 이 문제와 관련해 정부와 당간에 사전교감이 있었다는 강한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민주당은 그동안 여러 차례 언론사 세무조사는 국세청의 행정행위일 뿐 당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주장해 왔다.

‘언론기업 세무조사 관련 대응활동’이란 제목의 이 문건은 언론사주 구속문제가 일단락될 기간을 향후 2∼3개월로 꼽는 등 세무조사 이후 상황을 분석하고 이에 대한 당 차원의 대책을 상세하게 제시하고 있다.

물론 집권당으로서 주요 국정현안에 대해 나름대로 입장을 정리할 수는 있다고 본다. 그러나 문제는 문건의 내용이다.

우선 세무조사결과에 따른 후속조치가 어떻게 진행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당이 어떻게 2∼3개월 안에 언론사 사주 구속 문제가 마무리될 것이라고 본 것인지 모르겠다. 아직 어떤 언론사가 어떤 혐의로 고발될지도 밝혀지지 않았는데 어떻게 사주 구속 얘기부터 미리 흘러나올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

더욱이 민주당 이상수(李相洙) 총무가 엊그제 “언론사주가 고발 즉시 구속되는 사태는 없을 것”이라고 했는데 이것은 또 무슨 얘기인가. 구속 여부는 검찰에서 국세청의 고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해보고 판단할 문제다. 이 시점에서는 검찰총장도 할 수 없는 얘기를 당이 먼저 하고 있는 것이다. 마치 민주당이 수사를 하는 것 같은 분위기다.

당과 정부가 사전교감을 통해 미리 정해 놓은 시나리오가 없다면 감히 당이 먼저 나서 이런 얘기를 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민주당의 문건은 또 세무조사결과 공개를 주장하는 일부 시민단체들과 국민적 여론, 일부언론사의 자진공개 천명 등으로 조성된 분위기를 이용해 다른 언론사들도 이를 자진 공개토록 촉구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국세기본법은 세무조사 정보를 공개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정부와 국세청도 이를 누차 강조해 온 마당에 집권당이 법을 어겨도 좋다는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 문건은 또 일부 언론의 보도가 객관적이지 않고 정부여당과 대립하고 있다는 점을 국민에게 각인시킬 것을 제시하고 있는데 이는 국민과 언론 사이를 갈라놓으려는 치졸한 방법이다.

놀라운 것은 이처럼 당 차원의 많은 대응책을 제시해 놓고도 세무조사와 당이 무관한 것으로 비쳐져야 한다는 점을 이 문건은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의심가는 것들이 한둘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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