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요리&맛있는 수다]  카레라이스 인스턴트 vs. 홈메이드

  • 입력 2001년 6월 25일 15시 14분


결혼하기 전만 해도 전 라면을 제외한 인스턴트 음식은 거의 입에 대질 않았습니다. 늘상 “인스턴트 음식은 몸에 무지무지 나쁘다!”고 주장하시는 우리 엄마 때문이기도 하지만 맛으로만 따져도 인스턴트 음식은 정성이 들어간 엄마 손 음식에 비할 바가 아니니까요.

하지만 결혼을 하고 나서는 그렇게 배부른 소리만 하고 있을 판은 아니라, 슬슬 슈퍼마켓의 인스턴트 음식 쪽을 기웃거리게 되더군요. ‘끓이기만 하면’ ‘전자레인지에 돌리기만 하면’ 또는 ‘튀기기만 하면’ ‘굽기만 하면’ 등등…인스턴트 음식의 종류는 정말 많기도 하더군요. 어릴 적부터 친숙한 카레라이스, 하이라이스, 짜장부터 시작해서 요즘은 스파게티, 잡채, 요상한 볶음밥까지…

하지만 눈을 반짝이며 인스턴트 음식이 쌓여있는 곳을 어슬렁거리다가도 엄마의 세뇌교육이 효과를 발휘하는지 “그래…인스턴트라니…안되지, 안돼! 저거 다 재료도 나쁜 거구, 조미료 덩어리라던데…”(사실이 아니라면 인스턴트 음식을 만드는 분들께 죄송하네요. 이건 단지 우리 엄마의 주장입니다…)란 생각에 발길을 돌리곤 했답니다. 어찌된 일인지 저희 동네 슈퍼마켓에선 일년 열두달 카레를 800원에 파는 행사를 하는데도 전 늘 “흥!”하며 외면을 했답니다.

그런데 요즘 장마가 시작되고 비가 오락가락 하니까 왠지 카레라이스가 그렇게 먹고 싶더라구요. 카레라이스를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데…. 하늘이 꾸물거리고 날씨가 후덥지근할 때 땀 뻘뻘 흘리며 매콤한 카레라이스를 먹으면 원기가 회복될 것 같단 말이죠.

하지만 전 카레라면 싱싱한 감자와 당근, 양파가 들어간 ‘홈메이드 카레’ 가 진짜지, 인스턴트 카레는 영~ 아니라고 생각해요. 왠 까탈스러움이냐구요? 인스턴트 카레는 감자나 양파가 다 뭉그러져 있어서 씹는 맛이 전혀 없잖아요? 밥에 얹으면 밥과 소스 뿐, 정말 빈티나죠. 물론 불쌍한 우리 신랑은 없는대로 가끔 인스턴트 카레를 사다 놓으면 쥐도 새도 모르게 다 먹어치우곤 합니다. 그럴 때마다 전 반성, 또 반성하지만 그 때뿐인 게 문제죠…

포시시한 감자랑 달콤한 양파, 파릇파릇한 피망과 당근이 제각각 어우러져 씹는 맛도 있고 향기도 살아있어야 진짜 카레죠…또 가루카레보다는 초콜릿 덩어리 같은 카레로 만든 게 더 맛있는 것 같아요. 진한 카레의 맛이라고나 할까…덩어리를 녹이기 위해 더 정성껏 저어줘서 그런가? 재료를 하나하나 준비하고 다듬어서 카레 덩어리와 함께 저어 주다 보면 이마에 땀 나고 싱크대 위는 어지러워지지만 (전 뭐 좀 해보려구만 하면 싱크대부터 어지러워 집니다…정말 정신 없어요! 그거 치우다보면 소화 다 된다니깐요…) 그 매콤한 향기에 기분도 좋아지고 군침 넘어갑니다.

갓 지은 하얀 쌀밥 위에 정성껏 만든 카레를 얹은 카레라이스! 오늘은 귀찮지만 카레라이스 한번 만들어 먹어야겠습니다.

***정성이 들어간 카레라이스 만들기***

재 료 : 카레 덩어리 200g, 양파 1/2개, 당근 1/2개, 감자 1개, 피망 1/2개, 샐러리 약간, 식용유, 쇠고기맛 조미료, 후춧가루, 월계수잎 조금

만들기 : 1. 양파, 당근, 감자, 피망, 샐러리는 깨끗이 다듬어 1cm 크기로 썬다

2.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양파, 감자, 당근을 따로 볶는다

3. 볶아놓은 야채를 냄비에 넣고 재료가 넉넉히 잠길 정도로 물을 부은 다음 팔팔 끓인다.

4. 한소큼 끓으면 쇠고기맛 조미료를 조금 넣고 카레를 덩어리째 넣어준다

(고기를 좋아하신다면 쇠고기를 깍둑 썰기해서 넣어도 좋아요)

5. 카레가 어느 정도 끓으면 피망과 샐러리를 넣고 걸쭉해질 때까지 끓인다.

6. 후춧가루, 월계수 잎으로 마무리한다

(제가 잎파리 싫어하는 거 아시죠? 월계수 잎도 물론 생략가능하지요…)

7. 피클이나 단무지와 곁들인다.

Ps. 미국에서 공부하는 친구가 있는데요, 걔 말이 기숙사에 같이 있는 일본 친구가 ‘카레는 일본 고유의 음식’이라고 우겨서 말싸움을 한 적이 있다고 하더라구요. “바보 같은 일본애 같으니라구…”하며 낄낄댔는데 좀 무섭죠? 남의 음식을 가져다가 고유의 음식이라고 착각할 만큼 발전시키는 그 열성! 우린 절대 김치를 뺏길 수 없습니다!

조수영 <동아닷컴 객원기자> sudatv@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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