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인터뷰]'태조 왕건' 감초 탤런트 김성겸

  • 입력 2001년 6월 24일 18시 48분


◆ "환갑 나이에 최고 전성기 아자개 연기 보람 큽니다"

KBS 대하드라마 ‘태조 왕건’의 아자개(阿慈介)가 ‘아기자기한 웃음’을 선사하고 있다. 코믹한 아자개 역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중견 탤런트 김성겸(61).

후백제를 세운 견훤(甄萱)의 아버지인 아자개는 황간(黃磵) 견씨의 시조로 신라 말기 사불성(沙弗城·지금의 경북 상주)의 호족.

극중 아자개의 캐릭터는 김성겸이 직접 창조해낸 것이다. 그는 부자지간에 반목이 심했다는 역사적인 사실에 착안해 광기 어린, 때로는 장난기 가득한 아자개를 그려내고 있다. 고려로 가겠다고 고집을 피우는가 하면 젊은 아내에게 아기처럼 재롱을 부리는 것이 그렇다.

“아자개는 성격 파탄자라고 할 수 있어요. 마누라 말은 뭐든 잘 들으면서, 효자였던 견훤은 매정하게 뿌리치는 양면성을 갖고 있지요. 변덕스러운 아자개의 모습을 상상하며 코믹한 연기를 한 것인데 의외로 반응이 좋더군요.”

아자개는 ‘태조 왕건’ 촬영 현장에서도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스튜디오에서 김성겸 씨가 연기를 할라치면 어느새 방송 스태프들이 모여들어 한바탕 웃음바다를 이룰 정도.

일부에서는 ‘아자개를 너무 희화화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지만 제작진은 무겁게 진행되는 사극에서 아자개 같은 코믹한 연기가 분위기 전환에 도움된다는 입장이다.

“드라마 초반에는 비중이 크지 않았는데 아자개가 병이 나면서부터 등장하는 장면이 많아지더군요. 많은 사람들이 제 연기를 보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며 보람을 느낍니다. 그 덕분에 앞으로 50∼60회는 더 출연할 것 같네요.”

극중 아자개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산삼을 먹고 몸을 추스른 아자개는 백제로 돌아오라는 아들의 간곡한 청을 뒤로 한 채 고려로 떠난다. 그는 고려사람으로 정착해 죽을 때까지 견훤과 부자의 인연을 회복하지 못한다.

김성겸은 KBS 2TV 일요드라마 ‘대추나무 사랑걸렸네’, 미니시리즈 ‘인생은 아름다워’에도 출연하고 있다. 65년 MBC 성우 2기로 데뷔한 이래 뒤늦게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셈이다.

환갑의 나이에도 영화를 보고 책을 읽으며 연기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는 김성겸. 그는 “골프(핸디 12)로 건강 관리를 충실히 하면서 배우의 길을 가고 싶다”며 환하게 웃었다.

<황태훈기자>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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