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오랜만에 본분 다한 軍

  • 입력 2001년 6월 24일 18시 42분


우리 해군이 어제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한 북한 어선을 경고사격으로 쫓아냈다. 그동안 북측 선박의 우리 영해 및 NLL 침범에 엉거주춤한 대응으로 일관해 비판을 받았던 우리 군이 이번엔 본연의 임무를 다하는 모습을 보여줘 다행스럽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24일 새벽 NLL을 침범한 북한 선박은 우리 군의 경고방송 등 검색시도에 횃불과 각목을 휘두르며 저항했다는 것이다.

군이 이번처럼 북측의 도발에 단호하게 대응할 때 군의 사기도 올라가고 국민의 신뢰감도 높아진다. 여야도 모처럼 한목소리로 이번 군의 대응 자세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그러나 이번 ‘경고사격’ 이전에 발생했던 북측의 우리 영해 및 NLL 침범 사건에 대해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청와대측이 여전히 ‘우리 군은 적절하게 대응했다’는 식의 인식을 갖고 있는 것은 유감이다. 김 대통령은 23일에도 그런 취지의 발언을 했고, 청와대 관계자도 어제 “지난번에 NLL을 침범한 북한 배는 상선인데다 저항을 하지 않아 평화적인 방법으로 퇴각시켰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회주의 체제인 북한에는 엄밀하게 말해 ‘민간 상선’이란 게 있을 수 없다. 설령 민간 교역을 담당하는 선박이 있다고 해도 그것이 무장을 했는지, 위장한 간첩선인지의 여부는 직접 검문 검색을 해본 뒤에야 알 수 있다. 작전예규와 교전수칙이란 그래서 필요한 것이고, 따라서 북측의 유례 없는 영해 및 NLL 침범 사태에 우리 군이 그것을 철저하게 적용하지 못했다고 해서 비판받은 것은 당연하다.

지난 수십 년을 정전체제 하에서 보낸 우리가 무단 월경(越境)한 북측 선박에 대해 의심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 더욱이 군은 본질상 북측 선박에 대해 가장 먼저 의심을 해야 할 당사자다. 의심스러우면 당연히 검문 검색을 철저히 해야 한다. 지혜롭게 대처한답시고 ‘영해 밖으로 나가달라’고 사정하는 것은 군의 자세가 아니다. 더욱이 ‘침범’ 사실을 보고 받고도 골프를 계속하는 군 수뇌부의 행태는 더더욱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마침 오늘은 6·25전쟁이 발발한 지 51년째 되는 날이다. 아직 남북간에 가시화된 군사적 긴장완화 조치는 나오지 않았으니만큼 군은 대북(對北) 경계태세를 한치도 늦춰서는 안된다. 최근 여러 사태로 사기가 떨어진 우리 군이 이번의 경고사격 등 단호한 대응을 계기로 다시 기운을 차렸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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