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트레이드 엇갈린 희비

  • 입력 2001년 6월 21일 18시 25분


이적 선수들의 활약이 두드러지면서 트레이드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올 초 프로야구 선수협의회 사태로 ‘미운 털’이 박혀 맞트레이드된 두산 심정수와 현대 심재학은 트레이드 후 모두 팀의 4번타자를 꿰찼고 롯데에서 쫓겨난 마해영도 삼성에서 ‘결승타 제조기’로 변신했다.

최근에는 20일 경기서 한화 최영필과 현대 이상렬이 이적 나흘 만에 각각 선발승과 홀드를 따내며 화제를 모았다.

이처럼 트레이드에는 밤을 새며 얘기해도 모자랄 만큼 숱한 애환과 에피소드가 얽혀 있다.

지난해 은퇴한 동봉철은 한해에 두 번이나 이삿짐을 꾸린 진기록의 주인공. 신일고와 중앙대를 거쳐 데뷔 첫해인 92년 3할타자가 됐던 그는 96년 시즌 중 삼성에서 해태로 이적한 뒤 6개월 만에 또다시 LG로 팀을 옮겼다.

그는 이후에도 한화와 쌍방울 유니폼을 입어 현 한화코치인 ‘떠돌이’ 이광길에 이어 5개 구단을 섭렵하는 타이 기록을 세웠다.

국내 프로야구 1호 트레이드는 원년인 82년 시즌이 끝난 직후 삼성 유격수 서정환(현 해태 수석코치)이 해태에 현금 트레이드된 것. 83년에는 가냘픈 체구와 예쁘장한 얼굴에 컴퓨터 제구력을 자랑했던 삼미 임호균이 롯데 박정후 권두조 김정수 우경하와 1 대 4로 트레이드 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트레이드는 ‘창피한 일’이란 인식이 바뀌면서 대형선수끼리 거래가 된 것은 85년 초 삼성 이선희와 MBC 이해창의 맞 교환이 처음. 88년에는 비록 ‘이빨 빠진 호랑이’들이긴 하지만 당시 선수회 사건의 주동이었던 롯데 최동원 김용철과 삼성 김시진 장효조가 유니폼을 바꿔 입는 메카톤급 트레이드가 성사됐다.

한 팀에서 한솥밥을 먹는 코치와 선수가 맞트레이드된 적도 두 번이나 있었다. 90년 OB 최일언과 LG 김상호, 94년 해태 장채근과 쌍방울 최해식은 맞트레이드됐지만 몇 년 후 최일언 장채근은 코치로, 김상호 최해식은 선수로 한 팀에서 만나 사제의 정을 이어갔다.

‘그라운드의 여우’로 불리는 현대 김재박 감독도 92년 초 LG에서 버림받아 태평양 선수가 되지 않았다면 20일 감독 통산 400승의 감격을 누리지 못했을 것이다.

<장환수기자>zangpab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