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컨페더컵]성적따라 감독명암…트루시에 함박웃음

  • 입력 2001년 6월 7일 19시 17분


“이건 전쟁이다.”

1일 2001컨페더레이션스컵축구대회 한국―멕시코전이 열린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

경기 전 라커룸에서 선수들을 일렬로 세운 거스 히딩크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멕시코전에 지면 끝장이다. 전쟁으로 생각하고 경기에 임하라.”

히딩크 감독 같은 명지도자조차 ‘전쟁’이라는 극단적인 언어를 쓸 정도로 감독에게 승패는 절박한 문제.

대륙별 챔피언 8개팀이 맞붙은 이번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팀 성적에 따라 감독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필립 트루시에 일본 감독, 프랭크 파리나 호주 감독은 당초 힘들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팀을 4강에 올려놓으며 각광을 받고 있는 반면 전패를 한 멕시코의 엔리케 메사 감독과 카메룬의 피에르 레샹트르 감독은 ‘고개숙인 남자’가 되고 말았다.

캐나다와 카메룬을 연파한데다 세계 최강 브라질과 대등한 경기 끝에 무승부를 이룬 일본의 트루시에 감독은 일본의 각 언론으로부터 ‘용병술의 귀재’ ‘족집게 감독’이라는 찬사를 한 몸에 받고 있다. 비록 친선경기지만 3월 프랑스에 0―5로 진 뒤 다소 움츠러들었던 트루시에 감독은 “프랑스와 다시 한번 맞붙어 좋은 경기를 하고 싶다”며 기염을 토하고 있다.

대회 도중 친인척이나 친구의 결혼식에 참석하겠다는 선수들에게 “좋을 대로 하라”며 자율을 강조한 호주의 파리나 감독도 최강 프랑스를 격파하며 팀을 4강에 올려놓자 “선수들의 마음을 잘 읽는 지도자”라는 칭송을 받고 있다.

반면 예선 3경기에서 3패를 당한 멕시코의 메사 감독은 6일 본국으로 귀국하자마자 축구팬으로부터 야유를 받는 등 지탄의 대상으로 전락했고 카메룬의 레샹트르 감독 역시 1승2패라는 초라한 성적 때문에 사임 압력을 받고 있는 실정. 카메룬의 축구팬들은 시드니올림픽에서 카메룬을 정상에 올려놓은 장 폴 아코노 감독을 다시 데려와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히딩크 감독과 로저 르메르 프랑스 감독, 에메르손 레웅 브라질 감독은 겨우 체면치레를 한 경우.

프랑스에 대패했지만 이후 2경기에서 2승을 이끈 히딩크 감독은 막판 선전으로 기사회생했고 최근 스페인과의 평가전에서 패한데다 호주에 덜미를 잡히는 수모를 당한 프랑스의 르메르 감독도 4강 진출로 겨우 살아났다.

또 2002년 월드컵 남미예선에서 4위로 처져 있는 브라질의 레웅 감독은 2진급 선수들을 데리고 출전한 이번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기대 이상으로 좋은 경기를 펼쳐 최근 브라질에서 일고 있는 경질설에서 살짝 발을 뺀 것으로 보인다.

<권순일기자>stt7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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