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동원/밖에서 우리 보기를…

  • 입력 2001년 6월 6일 19시 12분


“한국을 이상한 나라로 보는 게 지나친 시각입니까?” “요즘 한국 상황은 대체 어떤 겁니까?”

6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세계박람회(BIE) 정기총회장. 몰려든 각국 대표들 가운데 몇몇은 한국대표단 관계자들에게 이 같은 질문을 던졌다. 이 자리는 ‘2010년 세계박람회’ 유치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중요한 행사의 현장. ‘경제·문화 올림픽’이라고도 불리는 이 박람회를 유치하기 위해 한국 중국 러시아 등이 치열한 각축전에 뛰어 들었다.

한국의 최근 상황에 관심을 보인 어느 홍콩계 프랑스인의 시각은 이랬다. 그는 며칠 전 한국에서 열린 한국-프랑스간 컨페더레이션스컵 축구경기를 TV 생방송으로 지켜봤다고 운을 뗐다. 경기장 시설이 꽤 세련됐다는 것. 여기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에 화면에 비친 한국의 모습은 혼란스러웠다”는 것이 진짜 하고 싶은 말이었다. 한국의 노조 시위와 이를 진압하는 경찰의 모습을 봤다는 것이다.

한술 더 뜨는 말도 있었다. 대우자동차 노조집행부가 ‘해외매각 저지 결사대’를 미국의 제너럴 모터스(GM)에 급파한 점을 어떻게 보는지를 되물었다. 옆에 있던 한 영국인은 몇 달전 김우중 ‘체포 결사대’를 프랑스에 파견한 것과 ‘이번 결사대’는 어떤 관계가 있느냐고 ‘진땀나는 질문’을 해댔다. 난감했다.

한국의 가장 강력한 경쟁상대인 중국은 ‘다른 수’를 두고 있었다. 개최 후보지인 상하이(上海)는 떠오르는 ‘경제 중심지’라는 푸둥(浦東)의 눈부신 발전을 강조했다. 특히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중국의 ‘실세여걸’ 우이(吳儀) 상하이 시장이 총회에 직접 참석, 상하이가 박람회를 유치해야 할 이유를 역설했다.

“양국의 대외 이미지도 그렇고 (행사를 유치하려는) 정부 움직임에서도 결코 유리할 것이 없는 형국”이라는 한국대표단 관계자의 말이 ‘가볍게’ 들리지 않았다.<파리에서>

<김동원/경제부기자>davi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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