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컨페더컵 현장25시]밤잊은 '라이브 하우스'

  • 입력 2001년 6월 3일 18시 44분


일본과 카메룬의 경기가 벌어진 2일 밤. 니가타 시내의 ‘니가타 페이스 그룹 라이브 하우스’에는 자정이 가까운 시간에도 일본축구대표팀 유니폼색인 푸른 옷차림의 젊은이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이들은 이곳에서 춤과 노래, 그리고 일본이 준결승에 진출한 컨페더레이션스컵 축구 이야기로 밤을 지샜다.

이 철야 이벤트는 니가타의 축구 서포터즈인 ‘얼라이언트 2002’ 멤버들이 기획한 것. 니가타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이날 경기를 보러 온 축구 팬이 마지막 기차를 놓쳤을 경우, 아침까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자는 취지에서 비롯됐다. 이 라이브 하우스를 경영하는 야마구치(39)씨가 얼라이언트 2001에 소속돼있어 행사 추진은 순조롭게 이루어졌다. 야마구치씨는 “축구 팬들이 밤을 지내면서 파티까지 할 수 있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니가타는 인구 51만의 크지 않은 도시. 일본과 카메룬전이 벌어진 날은 마침 토요일이어서 이날 니가타 시내의 숙박 시설은 이미 오래전에 예약이 완료된 상태였다. 시는 1시간 가량 교외로 나가는 열차를 연장 운행하기도 했으나 그것도 자정 무렵에 끊겼다. 결국 상당수의 외부 관중이 오갈데 없이 밤을 보내야 하는 상황이었고 실제로 역과 버스터미널 주변의 벤치에는 숙소를 잡지 못한 축구 팬들이 노숙을 하기도 했다.

물론, 큰 대회를 앞두고 숙박 시설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니가타 시의 월드컵 준비는 낙제점에 가깝다. 내년 월드컵에는 더 많은 팬들과 취재진이 몰려들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상황을 예상하고 자발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선 지역 서포터즈의 태도는 우리의 ‘붉은 악마’들에게도 보여주고 싶은 것이었다. 얼라이언스 2002는 컨페더레이션스컵 대회가 끝난 뒤에는 월드컵을 대비한 ‘반성회’도 갖기로 했다.

<니가타〓주성원기자>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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