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컨페더컵]고종수-나카타 "일 낼거야"

  • 입력 2001년 5월 23일 18시 21분


2002년 한일 월드컵의 리허설 대회인 2001컨페더레이션스컵축구대회가 엿새 앞으로 다가왔다.

대회 공동개최국인 한국과 일본은 내년 월드컵의 바로미터가 될 이번 대회의 운영과 성적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국의 고종수와 일본의 나카타 히데토시.

양국 축구의 명운을 걸머질 이들 두 스타를 바라보는 팬의 눈길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기만하다.<편집자>

고종수는…

한국의 ‘천재 스타’ 고종수(23·수원 삼성)에게 이번 컨페더레이션스컵대회는 세계 무대로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세계 최강 프랑스를 비롯, 멕시코 호주 등 강호를 상대로 멋진 플레이를 선보여 해외 진출의 기틀을 다진다는 각오가 역력하다.

까다롭기로 정평이 난 거스 히딩크 축구대표팀 감독 밑에서 성실한 플레이로 주전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하고 프로 무대에서도 한층 성숙한 플레이로 팀을 2001아디다스컵 정상에 올려놓는 데 주역으로 활약했던 그다. 이제 몸과 마음의 모든 준비를 끝냈다. 가장 큰 목표는 월드 스타로 도약하겠다는 것.

96년 금호고를 졸업한 뒤 프로에 뛰어든 고종수는 소속팀 수원 삼성의 간판 미드필더로 활약하며 팀을 96정규리그에서 정상에 올려놓은 뒤 99년엔 프로 전관왕의 위업 달성을 주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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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엄격히 말하자면 그는 ‘우물 안 개구리에 불과했다’는 표현이 어울릴지 모른다. 98년 프로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고 대표팀에도 붙박이로 선발되자 ‘더 이상 이룰 게 없다’는 우쭐함에 휩싸여 축구 외적인 것에 지나치게 관심을 가지며 안주했던 게 사실. 이 때문에 훈련을 등한시하게 됐고 자주 부상하는 등 더 이상 발전이 없었다.

그러나 최근 새 출발을 선언했다. 올초 숙소를 떠나 집에서 고질을 앓고 있는 아버지(고용오씨) 어머니(김경순씨)와 함께 생활하면서 자신을 깊이 되돌아보게 됐고 해외에 진출해 성공하겠다는 큰 꿈을 키우게 됐다.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세계 축구 관계자들에게 ‘눈도장’을 찍고 2002월드컵이 끝난 뒤 해외로 진출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기다려라. 내가 간다!” 새로운 목표를 위해 달음질을 준비한 그의 다짐은 굳건하기만 하다.

<양종구기자>yjongk@donga.com

나카타는…

그라운드를 100% 활용하는 넓은 시야와 컴퓨터처럼 정확하면서도 한 발 빠른 패스….

세계 최강 프랑스가 지네딘 지단의 축구라면 아시아 최강 일본은 나카타 히데토시(23·이탈리아 AS로마)의 축구라고 말할 수 있다.

일본 축구의 특징은 플레이메이커를 중심으로 전후좌우 공수 라인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는 ‘밸런스 축구’. 나카타를 빼고는 오늘의 일본 축구를 설명할 수 없을까.

일본 팬들이 나카타에 열광하는 이유는 뭘까. 일본 아사히신문 나카코지 도르 축구 전문기자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불굴의 의지와 기지가 번뜩이는 플레이, ‘탈 아시아’에 성공한 스케일 때문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6일 이탈리아 1부리그 세리에A 유벤투스전은 이 모든 것을 한꺼번에 설명해줄 만했다. 유벤투스의 델 피에로와 지단에게 전반에만 2골을 내준 AS로마 카펠로 감독이 일대 ‘도박’을 단행한 것은 후반 10분. 그동안 줄곧 외면해왔던 나카타를 주전 플레이메이커 토티와 교체했다. 나카타는 그간의 응어리라도 풀듯 34분 시원한 30m 중거리슛을 성공시키더니 로스타임에는 몬텔라의 동점골로 연결된 결정적인 슈팅을 다시 작렬시켰다. 카펠로 감독이 보는 앞에서 아시아의 플레이메이커도 지단 못지 않다는 시위라도 하듯 그라운드를 휘저은 것이다.

일본축구의 영웅으로 부상한 98년 나카타는 페루자로 이적해 성공 가도를 달렸으나 지난해 로마로 적을 옮긴 후 팀 내 주전 경쟁에서 밀려 벤치 신세로 전락했다. 그러나 나카타는 실망하지 않고 철저히 자신을 가다듬었고 이날 마침내 단 한번 잡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이제 아시아 축구의 간판얼굴로 큰 나카타. 그는 이번 대회가 끝나면 잉글랜드 프로 1부 프리미어리그의 아스날로 옮겨 더욱 큰 꿈을 실현시킬 생각에 부풀어 있다.

<배극인기자>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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