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이창호 9단, LG배 기왕전 2패후 3연승으로 대역전승

  • 입력 2001년 5월 21일 19시 00분


◇"과연 이창호!"◇

과연 이창호(李昌鎬·26)9단이었다.

겁없는 신예 이세돌(李世乭·18)3단에게 2연패를 당하며 패배 일보 직전까지 갔던 이 9단이 막판 뒷심을 보여주며 3연승으로 대역전에 성공, 제5회 LG배 세계기왕전 타이틀을 품에 안았다.

이 9단은 21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이 대회 결승 5번기 최종국에서 242수만에 백 불계승을 거둬 3승2패로 우승했다. 우승 상금은 2억5000만원.

▲ 기보해설 상보

이창호 9단, LG배 세계기왕전 우승

◇국내외서 100번재 우승◇

또 이 9단은 이날 우승으로 국내외 기전을 합쳐 통산 100번째 우승을 달성하는 기쁨도 함께 누렸다.

이 9단은 올해 열린 삼성화재배 춘란배 TV속기바둑아시아선수권전 등 세계 대회에서 잇따라 1, 2회전에서 탈락하는 등 저조한 성적을 보였으나 이번 우승으로 슬럼프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날 바둑은 이 3단의 ‘날카로운 기세’와 이 9단의 ‘냉정한 뚝심’이 맞붙은 한판이었다. 이 3단은 초 중반 상변과 좌변에서 이 9단을 저돌적으로 밀어붙여 두터운 국면의 우세를 확보했다.

그러나 좌상변에서 너무 서둘러 패를 걸어가다가 이 9단의 냉정한 대응에 오히려 역전당했다. 불리함을 느낀 이 3단은 하변 백진에 침입해 절묘한 수순으로 수를 냈으나 이 9단은 정확한 형세 판단으로 백 4점을 내주고 하변 흑을 잡아 승리를 거머쥐었다.

◇"두판 진뒤 마음 편히둬"◇

문용직(文容直)4단은 “승패를 떠나 이번 결승전은 두 대국자의 기세가 충돌한 대결이었다”며 “앞으로 바둑계의 판도는 이창호-이세돌 양웅(兩雄)이 각축을 벌이는 양상으로 전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9단은 “처음엔 나이 어린 도전자에게 많은 부담을 느꼈으나 두 판을 진 뒤 마음을 편하게 갖고 최선을 다해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천원전과 배달왕기전 등 국내 기전에서 2관왕이 된 이 3단은 이번 대회에서 첫 세계 대회 정복을 노렸으나 이 9단의 노련미에 밀려 아쉽게 실패했다.

◇"바둑인생에 좋은 보약"◇

이 3단은 “이번 3연속 패배가 바둑 인생에 좋은 보약이 될 것 같다”며 “앞으로 더 많은 경험을 쌓아 이 9단과 좋은 승부를 벌이겠다”고 말했다.

<서정보기자>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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