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세계는 금융혁명중' 취재를 하면서

  • 입력 2001년 5월 21일 18시 28분


누구나 경쟁에 휘말리면 ‘오늘의 강자’가 ‘내일의 패자’로 전락할 수 있다. 영국 런던과 함께 유럽 증시의 양대 축의 하나인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최대 경쟁자는 누구일까. 인터넷과 함께 등장한 ‘전자 장외거래 시스템(ECN)’일까, 아니면 유럽 점령을 꿈꾸는 미국 뉴욕증시(NYSE)나 나스닥일까.

지난달 프랑크푸르트의 도이체방크 쌍둥이빌딩 23층 사무실에서 만난 스테판 슈스터 박사는 “증권거래소의 최대주주인 도이체방크가 ‘자회사’인 증권거래소를 집어삼킬 수 있다”고 알쏭달쏭한 말을 했다. 도이체방크는 주식회사로 증권거래소(도이체 뵈르제)에 상장된 ‘주식회사 증권거래소’ 지분의 17%를 갖고 있는 최대주주. 슈스터 박사는 런던증시와의 합병 실무도 지휘해온, 유럽증시의 미래 지도를 그리는 인물이다.

슈스터 박사가 꼽은 경쟁자는 증권거래소에 한푼의 수수료도 남기지 않는 ‘대형은행의 자체 거래’다. 도이체방크가 주요주주인 다임러 벤츠가 유상증자를 하는 경우를 보자. 다임러 벤츠는 증자 물량의 대부분을 기관 투자가에게 대량으로 넘길 수 있다. 이런 거래에는 증권거래소를 거칠 필요가 전혀 없는 만큼 거래소는 수입이 한푼도 떨어지지 않는다.

슈스터 박사는 “독일에선 도이체, 드레스드너, 코메르츠 등 3대 은행이 전체 증권 거래의 70%를 차지한다”며 “은행에서 증권업무까지 맡는 독일에선 대형 은행은 다른 은행의 지분을 문어발식으로 갖고 있다”고 말했다.

ECN은 두렵지 않을까. ECN은 온라인상에 설립된 가상 사설 증권거래소. 현재 미국 나스닥에선 인스티넷, 아일랜드 등 10여 개 ECN 회사의 거래비중이 30%대를 오르내리며 뉴욕증시도 4%나 영토를 내줬다. 거래비용도 10분의 1 수준이고, 누가 거래했는지를 절대 공개하지 않는 ‘익명성’도 매력이다.

그러나 슈스터 박사는 “미국에서 ECN이 성장한 것은 뉴욕증시가 아직도 고함지르며 거래하는 방식을 채택하는 등 시스템이 낙후됐기 때문”이라며 “독일의 앞선 ‘제트라’ 시스템에는 ECN이 발붙이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도 나스닥 등이 시스템 개발에 성공하면 ECN이 수명을 다 할 수 있다는 훈수도 슈스터 박사는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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