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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5월 21일 18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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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석에 선 그들에게는 투수가 왼손잡이든 오른손잡이든 그리 신경 쓸 게 없어 보인다.
스위치 히터. 몇 해 전까지만 해도 특이한 볼거리에 그치며 낯선 존재였다. 하지만 올 프로야구에서는 장점을 십분 살리며 매운 맛을 떨치고 있는 것.
스위치 히터는 여전히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만큼 흔하지는 않으나 오른쪽과 왼쪽의 타격이 모두 가능하므로 상대 투수의 유형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따라서 타격에서 별 재미를 못 본 선수들이 새로운 활로를 찾기 위해 변신을 시도하는 경우가 많다.
80년대 전무하다 90년대 초 태평양에서 뛴 원원근을 그 원조로 꼽는 스위치 히터. 올 시즌에는 장원진(두산)과 박종호(현대)가 양대 산맥으로 군림하고 있다.
92년 OB(현 두산)에 입단한 장원진은 평범한 기량 탓에 출전기회가 적어지면서 스위치타자만이 살길이라 마음먹고 타석 이쪽저쪽을 부리나케 왔다 갔다 한 끝에 결실을 맺었다. 지난해 최다안타 1위에 오른 데 이어 올해에도 21일 현재 56안타로 순위표 꼭대기에 이름을 올리며 타이틀 방어를 향한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34득점으로 정수근(두산)과 공동 선두. 오른손 타율이 0.333이며 왼손 타율이 0.325를 기록하고 있을 만큼 좌우를 가리지 않는 영양가 만점의 타격 감각을 과시.
지난해 타격왕에 오르며 현대를 챔피언으로 이끈 박종호는 LG시절 스위치 히터로 집중 육성되기 시작, 어느새 붙박이 주전자리를 꿰차며 이름을 날리고 있다. 정확한 타이밍이 돋보이며 경기 감각이 뛰어나 팀 배팅과 작전 수행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
롯데 최기문은 국내 유일의 포수 스위치 타자.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전향한 그는 20일 인천 SK전에서 좌우타석 홈런을 때리는 진기록을 세웠다. 오른쪽에서만 치던 지난 시즌 0.243에 머문 타율이 이번 시즌에는 0.284로 껑충 뛰어올라 변신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특히 최근 5경기에서 19타수7안타(타율 368)에 6타점의 맹타를 휘두르며 적응을 끝낸 모습.
외국인 선수 가운데는 최기문에 앞서 99년 국내 1호 좌우타석 홈런을 기록한 호세(롯데)가 괴력의 스위치 히터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김종석기자>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