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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5월 13일 18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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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장군의 아들’의 원작자이자 식도락가로도 유명한 백파(伯坡) 홍성유(洪性裕·73·사진)씨가 7년여만에 신작 역사소설 ‘나설 때와 물러설 때’(북@북스)를 냈다.
홍씨는 지난 2월 뇌출혈로 쓰러져 투병중이다. 따라서 이 소설은 홍씨의 생애 마지막 작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 99년 ‘한국 맛있는 집 1234점’ 개정판 작업을 마친 홍씨는 최후의 역작을 발표하겠다며 이 소설의 집필에 몰두하다 변을 당했다.
이 소설은 중국 원나라 지배가 느슨해지면서 홍건적 침입이 극성을 구리던 고려말이 배경이다. 기개가 장군 못지 않았던 보부상 백현아와 그의 친구인 여진족 추장 퉁두란티무르 등 북녘땅을 누비던 사나이들의 활약상을 그리고 있다. 여기에 이 둘을 수하로 삼은 이성계의 이야기가 경쾌한 필치로 덧붙여 진다.

특히 소설 가운데 백현아가 홍건적의 말발굽 아래에서 동포를 구한 뒤에 권력을 뒤로한 채 바람처럼 사라진다는 결말 부분에서는 비장한 남성미가 물씬 풍긴다.
평소 “남아(男兒)라면 나설때 용기도 필요하지만 물러설 때의 슬기도 필요하다”던 홍씨가 이 소설로 현 정치인을 비판하려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홍씨는 한 권 분량의 이 소설을 일단 마무리한 뒤, 두 권짜리로 늘려 개착하기 위해 자료를 수집하던 중 갑자기 쓰러진 것으로 알려졌다.
부인 임설자(62)씨는 “남편은 백현아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더욱 살리고 역사적인 내용을 보완하려고 쓰러지기 전날까지 자료를 수집하며 애착을 보였다”고 전했다.
현재 자택에서 가료중인 홍씨는 일단 혼수상태에서 벗어났지만 아직 기억력이 온전하게 회복되지 않은 상태다. 홍씨는 1957년 6.25전쟁을 다룬 ‘비극은 없다’로 데뷔한 이래 ‘비극은 있다’ ‘인생극장’ 등의 소설을 발표했다.
<윤정훈기자>diga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