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태국서 수술받고 관광즐기는 상품 히트

  • 입력 2001년 5월 10일 18시 38분


태국의 국영항공사인 타이 에어웨이즈 인터내셔널은 1999년부터 아주 이례적인 관광 패키지 상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관광과 종합 건강검진을 결합시킨 상품이었다.

언뜻 보기에는 휴가기간에 병원을 들락거려야 하는 이 관광상품이 별로 매력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성형수술을 받기 위해 태국으로 오는 사람이 벌써 수천명에 이르고 있었음을 감안하면 이 관광상품이 그리 허황된 것은 아니었다.

태국에서 성형수술을 받는 것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끄는 이유는 우선 값이 싸기 때문이다. 얼굴의 주름살 제거 수술이 2400달러, 코 성형수술이 1200달러밖에 되지 않는다. 다시 말해, 그리 뒤떨어지지 않은 설비와 기술을 갖춘 병원에서 엄청나게 싼 값으로 수술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태국 병원들은 성형수술을 받으러 오는 외국인들의 수가 점점 늘어나자 병원 시설도 외국인들에게 맞게 바꿨다. 예를 들어, 방콕에 있는 붐룬그라드 병원은 마치 호텔처럼 꾸며진 모든 병실에 초고속 인터넷 접속설비와 케이블 TV를 갖춰놓았으며, 방콕 시내 최고급 식당의 요리사들을 초청해 매달 식단을 바꾼다. 또한 태국 음식을 좋아하지 않는 환자들을 위해 1층에 맥도널드와 스타벅스 매장도 마련해놓았다.

경제상황도 별로 좋지 않고 에이즈 문제도 꽤나 심각한 편인 태국이 어떻게 성형수술을 희망하는 외국인들에게 매력적인 장소로 보이게 되었을까.

태국은 성전환을 희망하는 게이들에게 매우 관대한 편이다. 태국 전역에서 성업 중인 카바레에서는 성전환수술(이 역시 성형수술의 일종이다)을 통해 놀라운 미녀로 변신한 무용수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고, 1990년대 말에는 여자 옷을 입고 링에 올라와 상대편 선수에게 키스를 하는 킥복싱 선수가 최고 인기를 얻기도 했다. 이 때문에 태국에는 노련한 성형외과의사들이 많다. 그러나 경제위기가 발생하자 성형수술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 크게 줄었다. 수많은 병원들이 파리를 날리게 된 것이다.

병원 경영자들과 관광당국이 성형수술을 관광상품으로 개발하자는 아이디어를 생각해낸 것이 바로 이 때였다. 만약 이 아이디어가 성공한다면 건강검진 등 다른 의료상품도 관광상품으로 개발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태국 관광청은 곧 이 계획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 발벗고 나섰다. 여행사와 호텔, 병원 등도 인터넷에 광고를 게재하기 시작했다. 특히 붐룬그라드 병원은 미국인 최고경영자 커티스 슈뢰더의 지휘로 일대 개혁을 단행했다. 덕분에 이 병원은 지난해에만도 외국인 환자를 16만5000여명이나 받을 정도로 성공을 거뒀다.

이 병원에서 미국인 환자인 미셸 무어를 만났다. 지난해에 이 병원에서 성전환수술을 받았다는 그녀는 남자 간호사를 상대로 태국으로 아주 이민을 올 방법에 대해 상담하고 있었다.

(http://www.nytimes.com/2001/05/06/magazine/06TOURISM.html)

<연국희기자>ykookh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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