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정헌정/젊은이 잘못 지적해주다 멱살잡힌 아버지

  • 입력 2001년 5월 10일 18시 27분


서울 마포구 동교동에 사는 평범한 시민이다. 어버이 날이었던 8일 저녁 부모님을 모시고 모처럼 외식을 하고 돌아오던 길이었다. 좁은 골목에 자동차들이 지나가고 있어 우리 가족은 벽에 붙어 조심스럽게 걸어가고 있었는데 골목 중간에서 승합차가 길을 막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 차 때문에 다른 차들이 지나가지 못해 아버지께서 차를 돌리라며 점잖은 말투로 한마디 하셨다. 차안에는 20대로 보이는 젊은 연인이 타고 있었는데 갑자기 입에 담기조차 어려운 욕을 하며 눈을 부라렸다.

너무 놀란 나는 어떻게 노인에게 그런 말을 하느냐고 했더니 갑자기 큰 소리로 욕을 하며 차에서 내렸다. 정말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러면서 나를 때리려 하자 부모님이 말리셨고 그 와중에 젊은 남자가 아버지의 멱살을 잡고 행패를 부렸다. 자세히 보니 그 남자는 퀵서비스 회사원이었다. 그런데 어느 누구도 그 젊은이를 나무라는 사람이 없었다.

기가 막히는 상황이었다. 아무리 개인주의가 팽배하고 기본 도덕이 땅에 떨여졌다지만 젊은이가 환갑이 넘은 노인에게 욕을 하고 멱살까지 잡을 수 있을까. 세상은 서로가 어울려 공동체를 형성하며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기본인데 어른도 부모도 스승도 몰라보는 사회로 변하고 있다. 어버이날에 당한 어처구니 없는 일에 참담함을 느꼈다.

정헌정(서울 마포구 동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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