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당직개편 의미-내용]"당을 젊게" 중간당직 물갈이

  • 입력 2001년 5월 9일 18시 37분


한나라당의 이번 당직 개편은 안정 기조 위에서 약간의 변화를 추구한 것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핵심당직인 사무총장과 대변인을 유임시켜 현 체제의 틀을 유지하면서도, 그동안 당직에서 소외돼 있던 초·재선의원들을 중간당직에 대거 포진시켜 당의 활성화를 꾀했기 때문이다.

당 일각에서는 사무총장을 유임시킬 경우 당 쇄신의 의미가 퇴색하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었으나 마땅한 대안이 없는 데다 김기배(金杞培) 사무총장의 꼼꼼한 업무 스타일을 이회창(李會昌) 총재가 높이 샀다는 후문.

정책위의장은 당초 율사 출신의 중진 의원을 고려했다가 대구 경북 지역을 배려하고 경제 분야에 역점을 두기 위해 초선이지만 경제통인 김만제(金滿堤) 의원을 선택했다는 것.

이 총재의 한 측근은 사무총장 유임과 김 의원 발탁에 대해 “직업정치인으로서의 경력보다 실무능력을 중시하는 이 총재의 인사스타일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3명의 정조위원장에 검찰 출신인 최연희(崔鉛熙) 의원, 경제관료 출신인 임태희(任太熙) 의원, 광명시장을 지낸 전재희(全在姬) 의원을 새로 기용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것.

옛 민주계로 분류되는 권철현(權哲賢)의원과 김무성(金武星) 의원이 대변인에 유임되거나 총재비서실장에 발탁된 것은 이들에 대한 이 총재의 신임 외에도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과의 관계가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또 노동운동가 출신의 김문수(金文洙) 의원과 구 민주당계인 권오을(權五乙) 의원을 각각 제1사무부총장과 기획위원장에 임명한 것은 당내 보수-진보세력간의 균형을 의식한 포석이라고 할 수 있다.

이밖에 총재특보단장을 원외인 함종한(咸鍾漢) 전 의원에서 법무장관 출신의 김기춘(金淇春) 의원으로 교체한 것은 대선에 대비해 특보단을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14일 선출될 원내총무에는 재선인 이재오(李在五) 안택수(安澤秀) 안상수(安商守) 의원이 도전 의사를 밝히고 있다. 9일 사의를 표명한 정창화(鄭昌和) 총무는 신경식(辛卿植) 유흥수(柳興洙) 의원에게 출마를 권유했으나 모두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훈기자>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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