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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5월 7일 18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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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더욱 곤혹스럽게 하는 것은 이른바 내기 골프 해프닝에 비쳐진 이들의 행태다.‘싱글(81타 이하)을 치면 1000만원이네, 500만원이네’가 도대체 무슨 소리인가. 그와 같은 발언을 한 인사는 나중에 ‘농담’이었을 뿐이었다고 펄쩍 뛰었다고 한다. 그러나 실제 돈을 받고 말고를 떠나 한심한 것은 그런 말을 보도진에 스스럼없이 하는 구태(舊態)의 정치의식이다.
요즈음 민생은 희망을 잃고 있다. 실업자는 다시 100만명을 웃돌고, 서민들은 물가고에 허덕이고 있다. 갈수록 심화되는 빈부 양극화로 사회적 약자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분노와 절망을 낳고 있다. 올 하반기 경제 전망도 어둡다. 이러한 때에 공동 여권의 수뇌란 인사의 입에서 ‘1000만원짜리 내기 골프’란 소리가 가볍게 나와서야 서민의 억장이 어찌 무너지지 않겠는가.
더구나 일제 고급 골프채 등을 우승 상품으로 내걸고 경기가 끝난 다음에는 최고급 양주로 술판을 벌였다니 이들이 진정 나라와 국민을 생각하는 여권의 수뇌부인지 어처구니가 없을 따름이다. 하기야 그렇게 해야만 3당 공조가 잘 되고, 그 결과 민생의 주름살이 펴질 수만 있다면 질끈 눈을 감아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들이 그와 같은 정신과 의식 수준으로 민심을 제대로 읽을 수 있을 리 만무하다.
4·26 재보선에서 집권 민주당이 참패한 것은 국민이 여권을 신뢰하지 않은 결과로 볼 수 있다. 왜 신뢰하지 못하는가에 대한 이유를 여권 3당 수뇌부의 골프 회동은 잘 보여주고 있다. ‘당신들만의 잔치’가 아니냐는 것이다.
여권 3당의 ‘골프 잔치’ 다음날인 어제 민주당은 최고위원 워크숍을 갖고 개혁의 철저한 매듭을 강조하는 등 돌아선 민심을 되돌릴 대책을 논의했다고 한다. 그러나 하루는 호화판 골프로 서민의 속을 뒤집어 놓고 다음날에는 민심을 수습하자며 심각한 표정을 짓는 여권의 행태를 국민이 과연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안 봐도 뻔한 노릇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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