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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5월 6일 18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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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티은행 콜센터의 조은희(趙銀熙·사진)상담원에겐 이것도 ‘직업병’일 수 있겠다. 하루 평균 160건의 고객 전화를 받다보니 입에 밴 실수가 잦다.
조상담원은 서대문구 씨티은행 본점 6층 콜센터로 9시에 출근한다. 컴퓨터에 뜬 전달사항 등을 체크하고 난 뒤 밀려드는 전화와 씨름한다. 107명의 상담원 중 남성은 30%.
씨티은행은 국내 콜센터의 원조(元祖)격이다. 90년 첫 콜센터를 도입했고, 93년부터는 24시간 서비스를 국내 유일하게 가동중이다.
“하루 2만통 정도 걸려오는 문의전화를 어떻게 친절하고, 정확하게 받아내느냐가 은행 이미지 결국엔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습니다.”(허경 부장) 요즘에는 고객이 건 전화를 10통 중 8∼9통은 15초 안에 받아야 한다는 ‘고객시간 아끼기’에 전력하고 있다.
최근 은행 보험 신용카드회사 간에 경쟁이 치열해 지면서 ‘서비스 전쟁’이 진행중이다. 알리안츠제일생명은 씨티은행에서 콜센터 담당 지배인을 최근 스카우트해 조직강화에 나섰고 한빛은행도 전담직원 60명을 모집중이다. 앞서간다는 평가를 받는 신한생명은 “콜센터는 절대 보안에 부친다”며 취재를 거절할 정도다.
조상담원의 주업무는 대출받았던 고객의 문의에 답변하는 것. “요즘 금리가 떨어졌는데 내가 무는 금리는 어떤지, 중간에 대출금을 갚고 싶은데 수수료를 얼마나 물어야 하는지 등을 설명해 드리죠.”
컴퓨터 모니터에는 통화 연결되기 전 고객이 입력한 계좌번호 등으로 신상정보 및 금융거래 내용이 떠있다. 1건 상담에 보통 통화에 1∼2분, 사후처리에 1분 가량이 걸린다. 실제 전화받는 시간만 하루 3시간이 넘을 정도로 업무강도는 높은 편이다. 소득은 상담원 평균인 연 1800만원보다는 높다고 했다.
문의에 답하면서 손가락으로는 이자율 및 대금 계산 때문에 전자계산기를 연신 두드려야 한다. “목소리는 웃고 있지만, 고객이 요구하는 이자율 등을 그 자리에서 계산해 내자면 정신이 없었어요. 지금은 익숙해 졌지만요.”
조상담역은 1년반째 근무하고 있다. 고객을 상대하기 위해 틈틈이 ‘금융공부’를 한 것을 바탕으로 최근에는 자산관리사(FP) 시험도 치렀다.
왜 씨티은행은 금리가 높느냐며 다짜고짜 짜증내거나, 지배인 바꾸라고 흥분하는 고객도 있다고 했다.
“절대로 고객과 논리적으로 맞서지 말고, 분이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려요. 전화를 자주 거시는 ‘특수한 고객’은 노련한 팀장에게 자동 연결하기도 하구요. 첫 전화가 아니면 상담원이 고객의 특성과 관심분야를 기록해 둔 메모가 모니터에 뜹니다.” 이렇게 삼담원이 남긴 메모는 새 대출상품이 나오면 은행이 먼저 고객에게 전화를 걸어 마케팅할 때 자료로 활용되기도 한다.
<김승련기자>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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