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Metro Diary]'Don't walk'는 '뛰라'는 뜻

  • 입력 2001년 5월 3일 18시 38분


결혼해서 캘리포니아에 살고 있는 앨런은 10년 만에 뉴욕을 다시 방문하게 되었다. 앨런은 처녀시절 자주 다니던 맨해튼 거리를 걸어보며 여러 가지 회상에 잠겼다. 7번가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려고 서 있을 때였다. 빨간 신호등 속에 “건너지 마세요(Don’t Walk)”라는 글자가 선명했다. 그때 앞에 있던 열살 안팎의 형제가 큰 소리로 말하는 것이 들렸다. “안돼, 빨간불이잖아”라고 동생이 앞으로 뛰어가는 형을 향해 소리쳤다. 그러자 형은 뒤를 한번 힐끗 쳐다보고는 그대로 달리며 큰 소리로 외쳤다. “ 건너지 마세요(Don’t Walk)라고 써있으면 뛰어서 건너란 뜻이야, 빨리 따라와!”

1941년, 그러니까 지금 65세인 내가 다섯살 때였다. 나는 오후 3, 4시쯤 되면 의사였던 할아버지에게서 5센트를 받아 길모퉁이 포장마차에 가서 핫도그 하나를 사먹는 게 주요 일과 중 하나였다. 하루는 할아버지가 왕진을 가는 바람에 돈을 타지 못해 내 저금통에서 돈을 꺼내야 했다. 그러나 저금통을 탈탈 털어도 돈은 4센트밖에 나오질 않았다. 나는 포장마차 아저씨에게 그 돈을 내보였다. 그러자 그 아저씨는 핫도그 하나를 들고 내 손바닥의 돈과 핫도그를 번갈아보더니 핫도그 끝 5분1쯤을 베어 물고는 내게 나머지를 주었다. 나는 그 핫도그를 맛있게 먹었다. 나중에 이 사실을 안 할아버지는 눈살을 찌푸리며 ‘병균이 옮을지 모른다’며 음식은 아무하고나 나누어 먹는 것이 아니라고 말씀하셨다. 지금도 나는 핫도그를 볼 때마다 그 때 그 일이 ‘불결’하기 보다는 ‘더없이 즐거운 시절’로 상기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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