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그남자! 그여자!>재기발랄한 진실게임

  • 입력 2001년 5월 2일 11시 45분


중학교 3년동안 학년 수석을 놓치지 않은 머리와 남을 배려할줄 아는 마음 씀씀이, 단정한 품행 등으로 만인의 사랑을 받고 있는 우아한 미소녀 미야자와 유키노.

이세상 사람같지 않은 완벽함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겸손한 그녀는 모두의 우상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누구도 알지 못하는 진실이 있었으니…. 지성과 품격으로 빛나는 모범생의 이미지는 남들로부터 특별한 존재로 동경받고 싶은 유키노의 연기에 불과했던 것이다.

'멋진 유키노'라는 주변의 선망과 부러움의 시선을 받기 위해 며칠밤을 새서 1등을 하고, 체육시간에 돋보이기 위해 남몰래 혹독한 특훈에 땀을 쏟는가 하면 실제 성격과는 전혀 다른 청순가련한 미소녀를 연기한 유키노는 허영의 화신이었다.

그런 유키노에게 고등학교 입학과 함께 강력한 라이벌이 등장한다. 바로 그녀를 제치고 학년 수석으로 입학하여 모두의 관심을 빼앗아 간 아리마 소이치로! 학교 전체의 화제를 독점한, 성격좋고, 외모좋고, 집안좋은 아리마에게 엄청난 굴욕감과 복수심을 느끼던 유키노는 우연치않게 그에게 본색을 들키고 만다.

유키노 일생일대의 대위기!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녀의 본색을 알게된 아리마가 어딘가 교활하고 얍삽한 사람으로 태도가 돌변한다. 그도 유키노처럼 허영덩어리였던 것일까?

<그남자! 그여자!>는 '완벽을 가장한 우등생'이라는 엉뚱한 인물 설정이 절묘한 학원물이다. 칭찬과 찬사가 가져다주는 달콤함에 도취되어 거짓과 위선의 일상을 쌓아 올린 유키노, 과거 어두운 상처에 짓눌려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완벽을 추구해온 아리마. 눈에 띄게 잘나고 침착해 보이는 이들마저도 '나 자신'을 찾기 위해 필사적으로 인생을 산다.

작품은 유키노와 아리마 외에도 혼란하고 불균형한 시기의 소년, 소녀들을 기발한 감각과 발군의 재치로 그리고 있다. 소녀만화다운 예쁜 그림, 섬세한 심리묘사가 특징이지만 원기왕성한 고교생들의 좌충우돌 사건들은 씩씩하고 활달한 구석이 있어서 부담이 없다. 10권에 이르는 장편이 되면서 초반부에 보이던 예측불허 블랙 코미디적 요소는 많이 옅어졌지만 그래도 여전히 미워할 수 없는 매력이 있다.

<신세기 에반게리온>으로 유명한 일본의 가이낙스사가 생기 넘치는 원작을 애니메이션화하여 큰 인기를 모았던 이 작품은 <비밀일기>라는 제목으로 국내 TV에서도 곧 방영될 예정이다.

김지혜 <동아닷컴 객원기자> lemonjam@nownur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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