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황재성/부동산에도 ‘묻지마 투자’

  • 입력 2001년 4월 29일 18시 54분


“부동산이나 금융, 증권업에 5년 이상 종사한 경력자가 아니면 이해하기 어렵다고 설명해도 막무가내입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의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 교육전문업체인 ‘유 리츠’의 강형구 사장은 요즘 걱정보다는 ‘겁’부터 난다고 한다. 이 회사가 최근 개설한 리츠 애널리스트 교육 과정에 참가하고 싶다며 전화를 걸어오는 주부들의 ‘저돌적’인 자세 때문이다. 강 사장은 “수강신청을 하는 주부들은 리츠를 마치 아파트를 사고 파는 상품 정도로 쉽게 생각하고 있어 걱정”이라고 털어놓았다.

부동산을 증권처럼 사고 파는 금융상품인 리츠가 7월 시행을 목표로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이상 과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연초만 해도 2, 3곳에 불과했던 관련 강좌 운영 업체가 10여개로 늘어났고 강좌수도 급증하고 있다.

또 수강료도 급등해 2∼3개월 과정에 500만∼600만원대를 받는 업체까지 생겼다. 그런데도 교육과정은 신청자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리츠에 대한 기대심리는 관련 부동산의 가격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두 달 전만 해도 ㎡당 1000만원이었던 서울 테헤란로에 위치한 한 토지의 경우 최근 호가가 1300만원으로 30% 이상 올랐다. 서울의 대형 빌딩의 사무실은 공실률이 높아졌지만 가격은 그대로다. 이를 틈타 일부 부동산 중개업자들과 사채업자들은 “리츠로 6개월 내에 100% 수익을 올려주겠다”며 투자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부동산평가법인인 ‘글로벌감정평가법인’의 김병창 이사는 “증권시장의 묻지마 투자가 부동산시장으로 옮아오고 있는 느낌”이라며 우려했다.

리츠도 투자상품인 이상 여유자금이 있는 투자자가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리츠만 시작하면 엄청난 고수익을 올릴 것이라는 허황된 기대심리가 팽배해 있다는 점이다. 리츠에 끼어있는 ‘거품’이 초보 투자자들을 울리지 않을까 걱정이다.

황재성<경제부>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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