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맨 칼럼]신수정/시류에 영합않는 책 소개 신뢰감

  • 입력 2001년 4월 27일 18시 32분


동아일보는 4월 4일자부터 25일자까지 매주 수요일 4회에 걸쳐 대담 '4·19 vs 386'이라는 기획시리즈를 연재했다. 분야별로 두 세대를 대표하는 인물들의 대담을 통해 한국지성사의 흐름을 되짚어 보자는 의도에서 출발한 이 시리즈는 문학, 사회학, 역사학을 거쳐 예술전반에 관한 성찰로 이어졌다.

그 용법에 동의하든 그렇지 않든 '386'이라는 용어가 한 세대를 상징하는 기호로 통용된 것은 이미 오래 전부터다. 하지만 상업적 조어에 불과하다는 오명에서 벗어나 스스로에 관한 개념 규정이 충분히 이루어졌는지는 의문이다. 386세대의 정체성에 관한 질문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그런 면에서 이번 기획 대담은 이미 어느 정도의 역사적 평가가 이루어진 4·19세대보다 386세대의 입장을 정리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했다고 보여진다.

그러나 몇 가지 아쉬운 점도 남는다. 세대가 단순히 생물학적 연령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면 그 세대의 대표성이 강한 대담자를 선정해야 기획 의도에 부합할 것이다. 말하자면 대담자 스스로 그 세대의 사회적 역사적 성격을 대변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1980년대에 관한 대립적 시각을 시종일관 팽팽하게 유지한 성균관대 이대근 교수와 사회학자 이진경씨(11일자 A14면)의 대담은 대담자 선정이 돋보였다. 단, 대담의 이해를 돕기 위한 편집자의 배경설명이나 관련 정보를 좀 더 충실하게 제공했다면 효과는 배가됐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 정보제공은 언론의 본원적 기능이다. '책의 향기'를 비롯한 동아일보의 책과 관련된 정보란은 대중적 관심에 영합하지 않고 사회적으로 의미있는 지적 자산들을 소개해 준다는 점에서 신뢰할 만하다. 특히 3월17일자 B5면 '이제 여성을 이야기할 때다'는 여성문제 관련 책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 소개해 이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는 데 적절한 역할을 했다고 판단된다.

4월21일자 B5면 '과학의 날에 권하는 양서 33권' 역시 일반적인 과학개설서에서부터 최신 과학에 관한 철학적 성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과학서적을 지적 계보도와 함께 소개하고 있어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책을 취사선택하는 안목은 신문의 1차적인 리뷰 기능에 속한다. 4월3일자 A18면 '고대 이남호교수 중고교 국어교과서 비판'은 저자의 논지를 정확하게 요약 전달함과 동시에 현행 문학교육의 문제점에 대한 비판적 관심을 유도해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3월7일자 A21면 '막가는 소설가 마르시아스 심 문단 화제' 기사처럼 지나치게 사적인 인터뷰 내용을 강조하고 정작 중요하게 다뤄야 할 작품 소개는 흥미 위주의 내용 요약에 그칠 경우 정보의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도 있다. 4월24일자 A18면 '일산 지하셋방에 공동창작구역'도 마찬가지로 4명의 예술가들의 사생활 정보가 의미있는 문학기사가 될 수 있는지 재고해봐야 할 일이다.

신수정(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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