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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4월 26일 18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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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저녁예불 꼬박꼬박 참가해야
‘부처님 오신날’을 앞두고 해맑은 동자승(童子僧)의 모습이 신문과 방송에 자주 등장한다. 이들은 절에서 일생을 보내게 될 진정한 의미의 동자승은 아니다. 서울 견지동 조계사 등에서 실시하고 있는 ‘동자승 출가체험 프로그램’에 들어가 한달정도 머리를 깍는 보통 아이들이다.
조계사측은 “어린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불교적인 생활을 익히도록 하고, 일상에 파묻힌 어른들이 맑고 깨끗한 어린이들의 모습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것이 동자승 출가체험 프로그램의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조계사의 경우 동자승 프로그램은 이달 8일부터 5월 8일까지 한달동안 참가 어린이들이 조계사에서 숙식을 함께 하면서 진행된다. 어른들의 출가체험 프로그램과 가장 큰 차이는 삭발을 한다는 점.
올해는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인 5∼7세 남녀 어린이 21명이 참가했는데 대부분 조계사 신도의 자녀들이다. 조계사의 한 관계자는 “자녀가 어린시절부터 불교와 인연을 맺기를 바라는 부모님들이 많이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낮잠자는 시간이 하루 2시간 끼어있긴 하지만 새벽 4시에 일어나고 밤 10시에 취침하는 하루 일과는 코흘리개 아이들에게 쉬운 일이 아니다.
새벽예불, 사시(巳時)예불, 저녁예불도 꼬박꼬박 드리도록 돼 있다. 낮에는 유치원 수준의 각종 교육을 받고 인근 고궁이나 공원으로 단체나들이도 다닌다. 부처님 오신날 법요식과 연등축제, 서울 시청앞 점등식 등이나 인사동 명동 거리포교에도 ‘동원’되는 것도 동자승들의 중요한 일정이다.
한편 우리나라에 초등학교 의무교육체제가 확립되고 해방이후의 사회적 혼란이 극복된 1960년대 이후 진짜 동자승은 크게 줄어들었다.
불교신문사 사장 영담(影潭)스님은 “오늘날 초등학교 연령의 동자승은 찾아보기 힘들다”며 “그러나 사회복지차원에서 갈 곳 없는 아이들을 데려다 절에서 키우는 경우는 간혹 있다”고 말했다. 그가 주지로 있는 경기 부천 석왕사에서는 4명의 동자승을 키우고 있다.
<송평인기자>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