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강신일 모노드라마 '진술' 객석 휘어잡는 열연에 박수

  • 입력 2001년 4월 24일 18시 59분


모노드라마는 배우에게 일생 일대의 모험이자 꿈이기도 하다. 연출자와 스탭이 있지만 일단 무대에 오르면 혼자서 수백의 눈(관객)을 상대로 처절한 ‘싸움’을 벌여야 한다.

그런 면에서 강신일의 모노드라마 ‘진술’은 모노드라마 가운데서도 배우에게 가장 혹독한 유형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작품은 모노드라마에서 가끔 등장하는 웃기는 장면이나 노래 등 쉬어가는 장면을 잠시도 허용하지 않고 배우로 하여금 계속 연기를 하도록 요구한다.

작품은 정신과 의사인 처남 살해 사건의 용의자로 몰린 40대 철학과 교수(강신일)의 진술을 다뤘다. 스스로 이성적인 존재임을 강조하는 주인공은 하룻밤 동안 보이지 않는 수사관을 상대로 혐의를 부인하면서 실루엣처럼 몽롱한 사랑과 삶의 기억을 털어놓는다.

작품의 전반부는 살인사건을 둘러싼 미스터리에, 후반부는 현실과 꿈조차 구별하지 못하는 한 남성의 광기에 가까운 사랑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원작과 비교하면 미스터리는 약해진 반면 로맨스는 힘을 얻었다.

이 작품은 원작을 접하지 않았다면 초반 사건을 진술하는 과정에서 잦은 시점의 이동으로 연극의 흐름을 따라잡는데 부담감을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강신일의 열연은 이 기다림을 충분히 보상해준다. 마침내 광기로 치닫는 사랑에 대한 그의 집착은 어느 순간 객석을 온통 전염시킨다.

무대 조명의 색조 변화를 통해 인물의 내면 세계를 효과적으로 담은 박광정의 깔끔한 연출도 평가받을 만하다.

고 추송웅의 ‘빨간 피터의 고백’의 뒤를 잇는 모노드라마로 박수받을 만한 수작이지만‘옥에 티’라면 도입부에 주인공이 뚜벅뚜벅 걸어가 서랍을 열고 익숙한 동작으로 자신의 수갑을 푸는 장면이다. 초반 진술이란 단어 자체가 내포하는 억압적인 상황이 무게를 잃고 독백이나 넋두리처럼 비쳐지는 이유다.

공연은 6월10일까지 평일 오후 7시반, 토 오후 4시 7시반, 일 오후 4시 서울 동숭아트센터 소극장. 1만5000∼2만원. 02―3676―4413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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