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요리 맛있는 수다]슈퍼우먼의 '간단 스파게티'

  • 입력 2001년 4월 23일 16시 41분


"일이냐, 살림이냐?" 이 놈의 질문은 맞벌이 주부의 영원한 스트레스죠? 결혼하는 순간 주어진 1인 2역의 책무를 다하느라 아무리 헥헥거려도 일과 살림, 두 가지를 모두 똑소리나게 해내기란 거의 불가능이니까요. 그렇다고 둘 중 하나를 포기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보니 낮엔 일하고 밤엔 밀린 살림하고?새엄마한테 미운 털 박힌 콩쥐도 이렇게 살진 않았을 것 같은데요.

잘 살펴보면 일도 잘하면서 살림까지 깔끔하게 잘 해서 평범한 주부 주눅들게 만드는 여자들이 있긴 있습니다. 그런 여자들이 바로 '슈퍼우먼'이죠? 특히 저는 일도 잘 하면서 요리까지 잘하는 여자들, 거의 존경합니다. 청소나 설거지야 그냥 '열심히'하면 되는 거지만 요리는 나름대로 연륜과 테크닉이 필요한 '전문분야'니 말이예요.

제 선배 언니 중 한명도 바로 그런 '슈퍼 우먼'과 인데요. 결혼도 저랑 엇비슷한 시기에 했는데 살림솜씨로 치면 완전 고수와 초보죠. 월요일 날 출근해서 "언니, 일요일 날 뭐 해먹었어요?" 물으면 "음?스파게티랑 샐러드? "또는 "햄버거 스테이크?"이러는 언니니까요. "그런 걸 집에서 만들어 먹었단 말이예요?"하면 "야, 얼마나 간단한데, 어떻게 하냐면..."하며 요리법을 줄줄 읊어 절 기겁하게 만든답니다.

그 선배 언니가 틈틈이 알려준 여러가지 요리 비법을 거의 까먹었지만 그 중 기억에 남는 게 바로 스파게티입니다. 스파게티란 당연히 사먹는 것으로 생각하던 제게 언니가 알려준 스파게티 레시피는 우선 간단명료해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요는 "토마토 소스 만드느라 용 쓰지 말고 겸허하게 소스는 사먹어라! 대신 거기에 새우, 버섯, 양파를 넣어서 업그레이드 시켜라!"는 것이었죠.

사실 드라마나 영화에서 멋진 남자들이 하얀 셔츠를 입고 깨끗한 주방에서 팔팔 끓는 물에 스파게티 누들을 삶고 심각한 표정으로 소스를 휘젓고 하는 걸 보면 '나도 한번 만들어볼까나??'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토마토 소스를 직접 만들어야 한다는 대목에서 늘 포기하곤 했거든요. 토마토를 삶아 껍질을 벗기고, 육수에, 향신료에 이것저것 배합하고 끓이고 휘젓고?중세 연금술사도 아니고 스파게티 소스 만드는데 그렇게 진을 빼고 싶지는 않아서 "스파게티는 사먹는 게 남는 것이야~"라고 외쳐왔죠?

그런데 선배 언니가 추천한 소스를 사다가 잘게 썬 양파와 마늘, 양송이 버섯, 껍질 깐 새우와 함께 끓이니 소스, 한방에 완성! 누들을 쫄깃하게 삶는 게 어렵지만 대강 한두 가락 먹어보면 감 잡히거든요. (영화 '시월애'에서 이정재는 스파게티 누들을 벽에 철퍽철퍽 던지며 익었는지를 알아보던데 뭐 그렇게까지 할 꺼 있나요??) 쫄깃한 누들에 창의적인 소스를 뿌리니 누가 봐도 근사한 '스파게티'가 만들어지더군요. 덕분에 이젠 스파게티를 두려워하지 않는 주부가 되었답니다.

라면을 끓여먹자니 인생이 비참하고 짜장면을 시켜먹자니 스타일 구겨지는 오후, 스파게티 한 그릇 후딱 만들어 보세요. 그렇게 자신이 기특하고 대견할 수가 없답니다?요리 실력이라는 게 이렇게 쌓여가는 것 아니겠어요?

***간단 스파게티 만드는 법***

재 료 : 스파게티 누들 200g, 올리브유 약간, 스파게티 소스(여러가지 브랜드가 있는데 전 라구레또 소스를 먹어요?) 2컵, 양파 1개, 냉동새우1컵, 양송이 버섯 5개, 다진 마늘

만들기 : 1.큰 냄비에 물을 넉넉히 부어 팔팔 끓으면 스파게티 누들을 넣어15-20분 정도 삶는다 (소금, 올리브유를 조금 넣어 삶아주세요?)

2.양송이를 얇게 썰고 양파를 잘게 썬다

3.새우살을 찬 물에 씻어 건진다

4.프라이팬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다진 마늘, 양파, 새우, 양송이의 순서로 볶는다

5.볶은 재료에 스파게티 소스를 넣어 한번 더 볶는다

6.쫄깃하게 삶아진 스파게티 누들은 물기를 빼고 올리브 유나 버터를 두른 팬에 살짝 볶는다

7.접시에 볶은 누들은 얹고 소스를 듬뿍 뿌려낸다

PS. '슈퍼 우먼'이 되고 싶으세요? 전 별로? 그거야말로 여자 잡는 거, 아니겠어요? 하지만 굳이 일도 잘하고 살림도 잘하는 완벽한 여자가 되고 싶다면? 살림에 아이디어를 넣어 간단하고 재미있게 해보세요! 제 생각엔 그게 바로 '즐거운 슈퍼 우먼'이 되는 지름길 아닌가 싶네요.

조수영 <동아닷컴 객원기자> sudatv@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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