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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4월 18일 18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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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측이 이처럼 남북한 관계에 등을 돌리고 있는 이유는 대북(對北)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고 있는 조지 W 부시 미국 행정부에 압력을 가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다수다. 의도적으로 남북한 관계를 교착 상태에 빠지게 함으로써 부시 행정부내의 ‘매파’ 주장을 약화시키겠다는 의도라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해도 북한측의 태도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북한이 미국의 정책을 살피느라 남북한 관계를 소강상태로 끌고 간다면 그것은 남북한 관계를 북―미관계에 종속시키겠다는 과거 논리와 하나도 다를 바 없다. 더구나 북한은 16일 노동신문 사설을 통해 한반도의 군축과 평화를 바란다면 먼저 미군부터 철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작년 6·15 공동선언 이후 한동안 자제했던 주한미군철수 주장을 이제는 노골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최근 뉴스위크지와의 회견에서 북한이 주한미군 철수, 연방제 수용, 보안법 철폐에 대한 주장을 거둬들였다며 우리가 북한으로부터 얻은 것이 더욱 크다고 말했다. 북한이 변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북한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근본적으로 변한 것이 무엇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의 주한미군 철수 주장이 미국의 재래식 무기 감축 요구에 대한 반발 때문에 나온 것이라 해도 그것은 어떻든 김 대통령의 얘기와 맞지 않는다.
남북 평화증진 노력이 소강국면에 접어든 데 대한 책임이 부시 미 대통령에게 있다는 듯한 김 대통령의 주장도 우리로서는 이해하기 어렵다. 우리는 부시 행정부가 북한의 재래식무기 감축과 대량파괴무기에 대한 투명성을 강조한 것이 크게 잘못된 것은 아니라고 본다. 부시 행정부가 주장하고 있는 내용은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언젠가는 해결되어야 할 문제들이다.
한반도문제는 남북한이 중심이 되어 풀어가자는 게 6·15 공동선언의 핵심이다. 그런 남북한 관계가 지금처럼 북―미관계 때문에 큰 영향을 받아서는 곤란하다. 정부는 대북정책의 본질을 다시 한번 냉정히 검토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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