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우즈―소렌스탐 ‘닮은꼴’

  • 입력 2001년 4월 16일 18시 45분


타이거 우즈(왼쪽)와 아니카 소렌스탐
타이거 우즈(왼쪽)와 아니카 소렌스탐
‘컴퓨터 골퍼’ 아니카 소렌스탐(31·스웨덴)은 올 시즌 미국LPGA투어에서 6개 대회에 출전해 우승 4회와 준우승 2회의 눈부신 성적을 거뒀다.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나비스코 챔피언십을 포함해 4연속 정상을 밟으며 ‘나 홀로 레이스’를 펼치고 있는 것. 투어 사상 처음으로 60타대 벽을 허물고 59타의 최저타 기록도 세웠으며 15일 끝난 오피스디포에서는 10타차 역전 우승으로 기염을 토했다.

소렌스탐의 불 같은 기세는 이달 초 첫 메이저 무대인 마스터스에서 3연속 우승과 메이저 4연승을 이룬 ‘골프 천재’ 타이거 우즈(26·미국)에 비견될 정도. 그야말로 캐리 웹(호주)을 대신해 진짜 ‘여자 우즈’라고 부르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로 소렌스탐은 우즈와 여러 면에서 비슷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힘도 튼튼

우즈는 기량뿐만 아니라 체력에서도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정도. 보디빌더 못지 않게 웨이트트레이닝에 몰두하고 있다. 소렌스탐 역시 꾸준히 체력 훈련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허리 근력을 기르기 위해 매일 보통 750개의 윗몸일으키기를 하고 헬스클럽에도 수시로 들른다. 소렌스탐과 우즈는 동계 훈련 때는 전담 트레이너까지 고용해 체계적인 스케줄에 따라 몸을 만든다. 이같은 노력으로 한번 잡은 우승 기회를 좀처럼 놓치는 법이 없으며 뒷심 부족으로 역전을 허용하는 일이 거의 없다.

▽나와의 싸움

튼튼한 신체뿐만 아니라 정신력을 강조하는 스타일도 서로 거울을 본 듯하다. 멘탈 게임을 중요시해 심리전문가의 조언까지 받으며 세밀한 부분까지 신경쓰고 있다. 둘 다 두둑한 배포로 설사 미스샷을 내더라도 거기에 영향받지 않고 곧바로 만회를 하며 다른 선수의 플레이에 중압감 따위는 없어 보인다. 소렌스탐은 “언제나 집중력과 긍정적인 생각을 유지하고 누가 어떡하든 내 게임에만 집중하려고 애쓴다”고 말한다.

▽카리스마

뭐 하나 빠지지 않는 완벽한 플레이로 독주하는 스타일도 흡사하다는 평가.

그냥 우승이 아니라 2위를 크게 따돌린다는 것. 소렌스탐과 마지막 날 마지막 조에서 라운드한 선수들은 대개 그에게 압도당한 듯 무너지곤 했다. 우즈와 마스터스 최종일에 우승을 다투던 필 미켈슨과 데이비드 듀발은 어이없는 보기로 자멸했다. 오피스디포 플레이오프에서 소렌스탐과 맞붙은 김미현도 심리적 위축으로 샷이 흔들리면서 우승을 내줬다. 또 둘 다 몰아치기에 강해 한번 상승세를 타면 계속해서 고속 질주를 하는 모습.

세계 남녀골프를 양분하며 마치 골프 역사 갈아치우는 데 재미라도 느끼고 있는 듯한 우즈와 소렌스탐이 맞대결을 펼친다면 누가 이길까. 골프 팬들은 이들의 정상 질주를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

<김종석기자>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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