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하석주 “월드컵 삼세판”

  • 입력 2001년 4월 16일 18시 36분


‘삼세판’이란 말이 있다. 어떤 일을 시도할 때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세 판은 해서 결판을 내겠다’는 의미로 쓰인다.

한국축구국가대표 ‘제2기 히딩크 사단’에 합류한 ‘왼발의 달인’ 하석주(33·포항)의 요즘 심정에 딱 들어맞는 말이다.

하석주는 94미국월드컵과 98프랑스월드컵에서 거푸 태극마크를 달고 뛰었다. 그러나 월드컵은 그에게 명성만 가져다준 것은 아니다. 94미국월드컵 볼리비아전에선 골키퍼와 맞서는 결정적 기회를 잡았으나 헛발질로 놓쳤고, 98프랑스월드컵 멕시코전에선 선제골을 프리킥으로 꽂아 넣으며 활약했으나 후방 태클로 퇴장당해 패배를 불러들였다는 ‘원성’을 들어야 했기 때문.

그런데 거스 히딩크감독의 호출로 자신의 ‘과오’를 씻을 수 있는 기회가 다시 찾아 왔다. 그는 “지난 월드컵 때 열심히 뛰었는데 결과가 좋지 않아 부담이 많이 가는 게 사실이지만 히딩크감독이 불러줬다는 것만으로 나를 인정한다는 것 아닌가”라며 “나를 알아주는 분을 결코 실망시키지 않겠다”고 말했다.

2002년까지 대표팀에 남아 있을 수는 미지수이지만 ‘한국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뛰어난 수비수’라는 코칭스태프의 평가를 받고 있어 부상 등 예기치 않는 변수만 없다면 한국의 수비형 미드필더로 그라운드를 지킬 전망. 특히 ‘30대’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90분 동안 쉴 새 없이 공수를 오가며 뛰고도 지치지 않는 데다 노련한 경기운영과 탁월한 왼발 프리킥을 갖추고 있어 히딩크감독의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하석주는 “먼저 히딩크감독의 눈에 들도록 이집트 4개국대회에서 좋은 플레이를 보여주겠고 만일 2002년까지 뛰게 된다면 두 번의 월드컵 출전 노하우를 최대한 살려 최소한의 실수 때문에 16강에 못가는 일은 없도록 대표팀을 이끌겠다”며 3연속 월드컵 출전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지난해까지 J리그 빗셀 고베에서 뛴 뒤 올해 초 한국에 온 하석주는 “가족과 다시 함께 살기 시작한 지 3개월여 되는데 또 헤어져 살아야 할 날이 많아지게 됐지만 가족도 내가 다시 국가대표로 선발된 것에 무척 기뻐하고 있다”며 “아들 윤수와 윤찬이에게 멋진 아빠로 남고 싶다”고 다짐했다.

<양종구기자>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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