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나홀로 시위' 봇물…경찰과 마찰없고 효과 좋아

  • 입력 2001년 4월 16일 18시 30분


거리에 1인 시위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나홀로 시위’라고도 불리는 1인 시위는 지난해 12월 18일 참여연대 조세개혁팀이 삼성그룹 이건희(李健熙) 회장의 변칙상속에 항의해 국세청 앞에서 ‘1인 릴레이 시위’를 처음 벌인 이후 점차 확산되고 있다.

16일 서울시내에는 모두 7곳에서 1인 시위가 벌여졌다. 시위 시간은 대부분 낮 12시부터 1시간 정도. 1인 시위의 외형적 특징은 행인이 별로 없는 토 일요일은 쉰다는 점이다.

이날 서울 주한 미국대사관 앞에서는 ‘한미행정협정(SOFA)개정 국민행동’이 “SOFA 개정”을, 서울 광화문 앞에서는 민주노총이 “대우자동차 정리해고 철회”를 각각 촉구하며 1인 시위를 벌였다.

또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새만금 갯벌 생명평화연대’와 ‘장애인 편의시설 촉진시민연대’가 각각 “새만금 간척 중단”과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며 1인 시위를 벌였다.

한편 국세청측이 16일 국회에서 “삼성의 변칙 증여에 대해 과세통지했다”고 발표함으로써 참여연대의 국세청 앞 1인 시위는 79일 만에 막을 내리게 됐다. 또 서울시청 앞에서 ‘박정희(朴正熙)기념관건립반대 국민행동’이 벌여온 1인 침묵시위는 45일째다.

이밖에 서울 여의도 국회 앞과 검찰청사 앞 등도 각종 민생관련 1인 시위가 벌어지는 장소.

대부분의 1인 시위는 시민과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번갈아 참여하는 릴레이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국세청 앞 1인 시위를 주도한 참여연대는 2∼3월 신청자가 많아 하루 2명이 교대로 시위하도록 했다. SOFA개정국민행동의 미대사관 앞 시위도 참가 신청이 쇄도해 당초 한달로 예정됐던 기간을 무기한 연장하기도 했다.

1인 시위가 늘고 있는 것은 현행 집시법이 주한 외국대사관이나 입법기관 주변 100m 이내에서 집회를 금지해 시위를 할 수 없는 지역이 많아짐에 따라 시민단체 등이 새로운 시위문화를 만들어가고 있기 때문. 혼자서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는 1인 시위는 경찰과 마찰을 빚을 이유도, 집회 허가를 받을 필요도 없다.

참여연대 조세개혁팀 홍일표(洪日杓) 간사는 “현실을 감안해 궁여지책으로 이 같은 아이디어를 냈다”며 “그러나 1인 시위의 효과는 막강하다”고 말한다. 일회성 집단시위보다 효과가 지속적이며 일반인도 참여할 수 있어 일석이조라는 것.

1인 시위는 화염병 투척이나 도로점거 등의 폭력 및 물리력 행사가 시민의 외면을 받고 있기 때문에 이 같은 방법이 아니고서도 의사를 표현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서영아기자>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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